돌고돌아 의대 정원 원점, 절망·분노만 남은 ‘국정 혼란 1년’

2025-04-17

정부가 17일 2026학년도 의과대학 입시 정원을 증원 정책 추진 이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당초 의대 수업 정상화 때 원상 복구한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증원을 철회해야 학생들이 복귀할 수 있다는 의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1년2개월의 의·정 갈등 속 의료계 반발에 막혀 번번이 오락가락하다 물러선 정부가 이번에도 스스로 정한 원칙을 깨고 또 백기를 든 셈이다. 학생들의 수업 복귀율을 높이기 위해서라지만, 한 환자단체 대표 말처럼 돌고돌아 정원 원점 회귀까지 “뭘 위해서 이렇게 견뎌온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과 대통령실이 ‘2000명 증원’을 못 박고 시작된 의료개혁은 의·정 갈등을 격화시켰다. 교육 여건을 따지지 않은 채 지난해 2월 증원 숫자를 덜컥 2000명으로 늘리자, 전공의들이 반발하며 집단 사직했고 의대생은 동맹휴학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갈등 해결 리더십을 잃은 정부, 증원 철회 주장만 해온 전공의, 동료들의 수업 복귀를 막는 예비 의사들의 모습에 국민 실망과 분노도 커졌다. 그럼에도 국민이 참고 기다려온 것은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의료개혁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 증원은 1년 만에 없던 일이 됐고, 다시 의·정 대화 탐색전이 시작됐다. 준비 없이 꺼내고 불통만 거듭한 정책으로 국민이 치른 희생과 대가는 너무 가혹했다.

정부가 증원을 포기했지만, 당사자인 의대생들은 아직도 반발 중이다. 지난 16일 기준 수업 복귀율은 25.9%에 그친다. 대학들은 “수업 참여율도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나 미지수다. 일부 강경파 학생들의 비난을 의식해 수업 참여를 꺼리는 학생도 적잖다고 한다. 이제 시간도 없다. 수업 거부가 계속되면 이달 말부터 집단 유급이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24·25·26학번이 내년에 예과 1학년으로 함께 공부하는 ‘트리플링’이 현실화할 수 있다. 올해도 집단 유급 사태가 일면 내년부터 의대 교육은 불능 상태에 빠진다. 미복귀 의대생들은 교실로 돌아가는 게 마땅하다.

윤석열이 파면된 지금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 미복귀자가 많아도 정부가 정원을 동결한 만큼, 의료계도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최우선 과제는 의대 교육 정상화다. 향후 의료개혁을 어떻게 추진할지 로드맵도 나와야 한다. 그것이 긴 의료공백을 감내해온 환자와 국민에게 보여야 할 최소한의 도리임을 정부·의료계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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