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디지털화폐 2차 실험 두 달 만에 재개…속내는

2025-08-31

한국은행이 잠정 중단했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2차 실험을 다시 추진한다. 이번에는 연간 100조원 규모에 달하는 국고보조금 집행뿐 아니라 결제 분야 등에서도 활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차 디지털화폐 실험을 둘러싼 논의가 재개됐다. 112조원 규모의 국고보조금을 디지털화폐로 지급하는 방안과 더불어 결제·개인 송금 등 민간 서비스 영역을 중심으로 한 자체 2차 실험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동섭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연구팀장은 “향후 디지털자산 관련 법제화 방향에 따라 국고보조금 외에도 당초 계획했던 송금·결제 부문에서 2차 실험 형태를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확장 시 외부 연계와 상호호환성 문제를 어떻게 반영할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추진이 예정됐던 2차 디지털화폐 실험은 은행권의 인프라 투자 비용 부담 등이 제기되면서 중단됐었다. 이번 재개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내 역점 사업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진행된 1차 '프로젝트 한강' 실험은 은행이 한국은행 발행 CBDC를 담보로 예금토큰을 발행해 개인이 전자지갑으로 결제하는 방식이었다. 일부 지자체와 대학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바우처 실험도 병행됐지만, 전체 사용 규모가 7억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처 부족과 낮은 활용도 등으로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 2차 실험은 기존 인프라를 기반으로 연간 112조원 규모에 달하는 국고보조금 집행에 투입된다. 대규모 재정을 활용하는 만큼 인프라 차원에서 확장성 있는 검증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 사업은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은행이 기획재정부와 협력해 추진된다. 국고보조금 수령자에게 현금이나 바우처 대신 디지털 화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예금토큰 거래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고 사용처를 제한해 보조금이 애초 목적에 맞게 집행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독자적으로 결제·개인송금 부문에서 재개될 2차 실험의 향후 과제는 사용처 확대와 이용자 참여 유인 확보다. 결제망에 참여하는 가맹점이 늘어나고, 적용 범위가 다양한 생활 영역으로 넓어져야만 디지털화폐의 실질적 효과가 드러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이번 2차 실험에서 은행을 선별적으로 참여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이번 실험 재개를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논의와 맞물린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화폐는 보조금처럼 사용처가 제한된 목적형 자금에서 가장 현실적인 활용처를 찾을 수 있다”며 “이번 국고보조금 실험과 더해 향후 진행될 실험은 확산 가능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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