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할 50년:한인경제] 인구 구성 급변…정체성 지키며 개방해야 성장

2024-09-22

LA한인경제의 급성장을 견인한 주요 동력을 꼽으라면 한인은행, 자바로 불리는 한인 의류 및 원단 업계, 그리고 2010년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부동산 개발 등이다. 특히 이민 초기 한인은행들은 단순한 은행이 아니었다. 신용도 없이 이민 온 한인들이 비즈니스를 열 수 있도록 돕고 한인 업체들과 함께 발전해 왔다는 점에서 주춧돌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LA한인타운을 중심으로 시작된 부동산 개발은 한인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 한인 리저널뱅크인 뱅크오브호프의 케빈 김 행장과 LA한인타운 부동산을 주도한 제이미슨 서비스의 폴 김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인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도 가늠해본다.

“2세 유입으로 산업군 다양화 활짝”

뱅크오브호프 케빈 김 행장

특정 산업이 성장 이끄는 시대 끝나

주류서도 성공한 기업이 미래 모델

한인사회, 주기적 불황 극복 저력

최대규모 한인 은행 뱅크오브호프는 BBCN과 1980년에 문을 연 윌셔은행(윌셔스테이트은행)이 합병하면서 2016년 탄생했고 한인은행 중 첫 리저널뱅크가 됐다. 1980년에 처음 문을 연 윌셔스테이트은행의 DNA를 지니고 있다. 미주중앙일보가 한인사회와 함께해온 것처럼 뱅크오브호프도 한인 비즈니스 커뮤니티는 물론 한인사회와 함께 성장해왔음을 알 수 있다. 뱅크오브호프를 이끄는 케빈 김 행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인 경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알아봤다.

김 행장은 지난 50년간을 돌아보면서 한인 경제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으며, 한인금융권은 한인 경제와 지역경제에서 매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주 한인 경제는 미국 내 경제와 한국 경제와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서 성장해 온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경공업에서 중화학 공업으로 발전하면서 경제 대국이 되는 과정에서 한인 경제 또한 동반성장 해왔다는 것이다. 한인 이민자들은 처음에는 힘든 일을 하며 자본을 모아 소상공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여러 산업군에서 한인 기업들이 중대형 기업으로 커 가는 과정과 본국 기업들의 초고속 성장 과정이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김 행장은 “초창기 한인은행들은 한인 이민자의 창업 및 운영자금 등 비즈니스 대출이 주를 이뤘다가 점차 SBA융자와 상업용 부동산 융자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며 “한인 기업의 성장에 따른 다양한 금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은행들도 점점 더 규모를 늘리고 역량을 키웠다”고 말했다.

현재는 한인 1세들이 피땀으로 일궈놓은 기업을 2세들이 이어받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는 과도기다. 한인은행 중에서 가장 많은 주에 진출해 있는 뱅크오브호프의 김 행장은 “전국에서 다양한 경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부모를 이어 경영 일선에 나서는 한인 2세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설명을 더했다.

김 행장이 한인 경제의 미래를 조망할 때 강조한 것은 정체성과 개방성이었다. 한인들이 한인사회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발전하되 정체성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인타운의 변화도 이러한 경향을 보여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과거에 한인들만 찾던 한인타운 식당에 타인종 고객들이 모여 한식을 즐기고 있다.아예 일부 한식당은 타인종을 겨냥해서 한식 퓨전을 선보여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한인사회 안에 머물던 사업체들이 이제는 여러 인종의 고객을 끌어들이며 성장하고 있다.

김 행장은 이민 2세대가 한인 비즈니스 커뮤니티에 진출하면서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봤다. 한인 경제가 특정 산업군에 집중된 경향에서 벗어나 다변화하고, 비한인 사회에서도 높은 성과를 올리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그가 보는 한인 경제의 희망적인 미래다.

김 행장은 “뱅크오브호프도 최근 몇 년간 비 한인 직원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등 비한인 은행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왔다”며 “하지만 여전히 한인 비즈니스 사회와 굳건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한인은행이라는 정체성은 희석되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도 한인 경제의 토대로서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그의 다짐과도 일치한다.

김 행장은 마지막으로 현재 한국경제와 국내경제가 하강 국면에 있다며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 역할을 다해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한인사회는 1998년 IMF 사태,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의 파고를 이겨왔듯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불황 역시 이겨낼 저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저력을 토대로 한인들의 개척정신과 창조성이 더해진다면 미래의 한인 경제도 탄탄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글=조원희 기자, 사진=김상진 기자

“한인타운만의 뚜렷한 색깔 있어야”

제이미슨 서비스 폴 김 사장

5년 예측도 어려운 급변 상황

타인종 급속 유입 기회 삼아야

K컬처센터·특화지구 조성 필요

1990년대 초반부터 상용, 주거용 건물 개발 및 신축 사업을 펼치고 있는 제이미슨 그룹은 LA한인타운 성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LA다운타운에서 웨스트LA까지 다세대 유닛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제이미슨 그룹은 개발 담당 제이미슨 프로퍼티, 매매 담당 제이미슨 리얼티, 관리 및 운영 담당 제이미슨 서비스 등 3개 회사로 구성돼 있다.

약 1800만 스퀘어피트의 상업 및 의료용 사무실, 소매, 다가구 및 주상복합 부동산으로 구성된 30억 달러 규모의 남가주 지역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제이미슨 서비스의 폴 김 사장으로부터 한인타운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LA한인타운 윌셔가에 위치한 제이미슨 그룹 사무실에서 만난 김 사장은 “보통 반세기 또는 10년을 내다본다고 하는데 지금은 5년 앞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인타운의 인구 구성이 빠르게 바뀌면서 한인 비즈니스 및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어 향후 한인타운 성장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에 따르면 10~15년 전 50~60%에 달하던 한인 세입자 비율이 최근에는 중국계 30%, 타인종이 40%를 차지하면서 30%로 감소했다. 상업용 건물 역시 한인 세입자가 25%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한인 인구 감소 추세에 대해 김 사장은 “한인 신규 이민자가 급감한 데다가 어린 자녀들이 있는 한인들이 한인타운을 떠나고 있다. 타운 내 한인 비즈니스 창업도 법률, 메디컬 관련 업체를 제외하고는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점도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한인타운이 성장하려면 비즈니스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한 김 사장은 “한인타운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인 2세, 3세들을 비롯해 타인종들의 발길이 이어져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한인만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타인종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를 창업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무엇보다 한인타운만의 뚜렷한 색깔이 필요하다. 최근 한류 붐으로 K푸드, K뷰티 등이 인기를 얻으며 채프먼 플라자 등에 2, 3세, 타인종들이 많이 몰리고 있듯이 한인타운을 K컬처 센터 또는 특화지구로 조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제이미슨 그룹이 최근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지역이 웨스턴과 버몬트 애비뉴 사이 6가와 8가다.

김 사장은 “팬데믹 이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재택 등 원격근무로 사무실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주거유닛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6가와 8가 지역이 주상 복합 건물 개발 및 전환을 통해 거주자 및 비즈니스를 유치했을 때 통행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지역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 김 사장은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주거용으로 6336유닛을 공급했으며 2000여 유닛을 추가로 건설 중이다. 상업용 임대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기존 건물을 호텔이나 아파트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특히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렌트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에 착안해 콘도미니엄 개발 및 신축에도 나설 것이다. 은퇴자 및 시니어들에도 아파트보다 월 부담액을 고정할 수 있는 콘도미니엄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박낙희 기자 nak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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