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약에 대한 오해

2025-03-26

변비약에 대해서는 유독 잘못된 정보가 많다. 틱톡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변비약을 다이어트 약으로 쓸 수 있다는 이야기가 최근까지 크게 유행했다. 위고비와 같은 고가의 비만치료제 신약 대신 저가의 변비약으로 저렴하게 살을 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변비약은 체중 감량에 효과가 없다. 변비약의 효과로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고 나면 마치 체중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대변과 함께 수분이 빠져나가서 일시적으로 가벼워질 뿐이다. 변비약은 주로 대장에서 작용한다. 단백질·탄수화물·지방의 대부분은 소장에서 소화·흡수된다. 그런 이유로 변비약을 사용해도 칼로리 흡수량에는 별 차이가 없으며 체지방도 감소하지 않는다.

반드시 하루에 한 번 배변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변비약을 찾을 필요도 없다. 하루에 3번이든 일주일에 3번이든 규칙적으로 변을 볼 수 있다면 변비약 복용이 불필요하다. 약을 과용하면 변비·설사를 번갈아 하게 된다. 장청소를 하겠다고 변비약(완하제)을 과용하는 것도 위험하다. 딱딱하게 굳은 변이 독소를 만들어낸다는 주장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변비는 대장암의 증상일 수 있지만 만성 변비라고 해서 대장암이나 직장암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그러니 변비약이나 관장약으로 장청소를 한다고 해서 암이나 다른 질병을 예방할 수도 없다. 불필요한 변비약 과용과 장청소는 오히려 수분과 전해질 균형을 깨뜨려 자칫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과거에는 변비약을 남용하게 되면 장이 약에 길들여져서 약의 자극 없이는 일을 안 하게 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자극성 완하제를 너무 오래 사용하면 장내 신경이나 근육을 손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더 정밀하게 검사한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일 변비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장이 무력해지거나 약 없이 움직이지 않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런데도 매일 변비약을 먹다가 사용을 중지할 경우 다시 배변 활동이 일어나기까지 전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리곤 하는 것은 장운동이 느려져서가 아니라 변비약으로 비워낸 장이 다시 내용물로 차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너무 성급하게 변비약을 찾기보다 조금 기다리는 게 좋다.

변비약 사용을 줄이려면 일상에서 변의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자꾸 참거나 볼일을 미루면 변비가 생길 수 있다. 무리한 다이어트가 변비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적게 먹는 사람일수록 섬유질과 수분이 풍부한 식사를 하는 게 변비 예방 차원에서도 유익하다. 가급적 매일 같은 시간대에 화장실 가는 습관을 가지는 것도 좋다. 특히 하루 중 장운동이 제일 활발한 아침 식사 뒤 10분 내에 변을 보면 바람직하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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