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봐도 한국스러운 것은 제가 아니어도 많은 분들이 해요. ‘한국 패션이 이럴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화려한 색채와 정교한 꽃무늬 패턴, 부드러운 촉감이 살아 있는 실크 소재로 한국 패션의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고 있는 디자이너가 있다. 최근 제21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우승을 거머쥔 조성민(사진) 디자이너다.
2021년 자신의 이름을 딴 여성복 브랜드 ‘제이든 초(JADEN CHO)’를 설립한 그는 스스로 옷을 즐겨 입기보다는 누군가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행복해하는 순간을 보는 게 더 즐겁다. 남성 디자이너임에도 여성복의 섬세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이유다. 4년간의 도전 끝에 마침내 우승자에 오른 그는 이번 수상의 의미를 “앞으로 더 나아가도 된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패션과의 인연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스커트에서 시작됐다. “어머니께서 즐겨 입으시던 실크 스커트의 촉감이 아직도 생생해요. 주차장에서 차를 탈 때 조심스레 치마를 잡으시던 장면이 무척 아름다워 보였죠.” 그때부터 그는 원단을 만지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옷은 특정 시즌이나 유행처럼 순간 내에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크게 매료됐다. 국민대 패션디자인 학사를 거쳐 영국 런던 왕립예술대에서 여성복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패션 디자이너가 된 지금도 전체 컬렉션의 약 80%를 실크로 채울 만큼 소재에 대한 고집을 이어가고 있다.

조 디자이너의 브랜드 제이든 초는 한국 고유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으로 주목받아왔다. 그는 한국의 미감을 “과하지 않지만 깊이가 있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제이든 초의 상징으로 꼽히는 기하학적 패턴도 이런 감성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다. 그는 “전통적 요소를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살면서 자연스럽게 느꼈던 한국의 분위기를 옷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기하학적 패턴은) 정형적이면서도 흐름이 있고 간결해 보이지만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해외 바이어들이 그의 작품에서 주목한 부분도 바로 이런 ‘독특한 한국성’이었다. 일본 도쿄백화점 ‘바니스 뉴욕 긴자점’과 중국 항저우 편집숍 ‘IINC’ 입점은 제이든 초의 컬렉션을 접한 바이어들이 새로운 한국적 감성에 흥미를 보이면서 성사됐다. “그동안 해외에서 바라본 한국 패션은 무채색 계열의 남성복 중심, 실용성이 강한 이미지가 컸어요. 제이든 초는 그와 정반대였죠. 현지에서는 색감과 디테일에 대한 반응이 특히 좋아요.”

이번 SFDF 심사 과정에서 조 디자이너는 심미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잡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정원 SFDF 사무국장은 “겉보기에는 그냥 예쁜 주름 스커트인데 안쪽에 다른 색의 원단을 덧대 걸을 때마다 은근히 드러나도록 설계한 디테일이 감동적이었다”고 호평했다. 이에 대해 조 디자이너는 “매번 다림질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기 위해 주름이 덜 가는 원단을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디자인하기 전 여성 친구들과 꼭 밥을 먹으면서 직접 의견을 묻는다”며 “한 번은 여성복에 안주머니가 없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후 모든 옷에 안주머니를 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SFDF는 삼성물산(028260) 패션 부문이 해외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신진 패션 디자이너를 발굴·지원하기 위해 200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후원 프로그램이다. 패션 브랜드 ‘준지(Juun.J)’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정욱준 부사장과 한국 패션 브랜드 최초로 나이키와 협업한 ‘혜인서’의 서혜인 디자이너 등 총 63개 팀을 배출하며 패션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꿈의 무대’로 꼽힌다. 우승자에게는 10만 달러가 지급된다.
조 디자이너의 최종 목표를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10년 후 패션 디자이너에만 머무르지는 않았으면 해요. 옷을 넘어 공간이나 생활용품 등 다른 분야로도 확장하고 싶어요.” 그는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행복·낭만·여유’를 선사하는 미래를 꿈꾼다. “제이든 초의 옷을 입는 순간 저녁 약속 길에는 낭만이, 주말 외출에는 여유가 깃드는 느낌을 받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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