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부는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 바람을 탄 농식품 수출 온기가 농가에는 돌지 않고 있다. 수출 효자 품목이라는 라면 등 가공식품은 사실상 수입 농산물 임가공 형태라 우리농산물 부가가치 제고나 소비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 농가소득과 직결되는 신선식품 수출은 거북이 걸음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케이라면’이 역대 가장 많은 수출을 달성했다며 별도의 보도자료까지 냈다. 라면은 10월 한달 동안 1억2000만달러어치가 수출되면서 누적 수출액이 10억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라면 수출 호조는 밀가루 수입량을 늘려 우리밀농가들의 박탈감만 높였다. 케이라면 수출 낙수효과가 우리 농가가 아닌 밀가루 수출국 몫이 되고 있는 셈이다.
쌀 소비 촉진의 ‘희망봉’이라는 쌀 가공식품 수출 역시 마찬가지다. 2022년 쌀 가공식품 원료곡 약 57만t 가운데 3분의 2 가까이가 의무수입 쌀과 고미(古米) 등으로 구성된 정부양곡이다. 이로 인해 쌀 가공식품 수출 증가 역시 쌀 소비 저변 확대를 통한 산지 쌀값 안정 등 농가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온기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여기다 농가와 직결된 신선식품 수출은 날개 단 가공식품에 비해 성장세와 비중이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
농정당국은 농식품 수출 아랫목 온기를 윗목 농가들이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쌀 1㎏을 2500원에 사서 비축했다가 400원 안팎으로 쌀 가공업체에 넘기는 것도 좋지만 가공업체가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쌀값 안정은 물론 재고 관리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
신선식품 수출 증대도 마찬가지다. 전세계 한식당 등과 국산 식자재 농산물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고, 공급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안 될 것도 없다. 이미 일본과 태국 등이 그렇게 하고 있다. 케이푸드의 기준은 ‘한국산 식자재’라는 공식을 지금부터라도 만들어가자. 농정당국의 발상 전환과 실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