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쇼트트랙의 ‘초신성’ 임종언(17·노원고)이 시니어 국제무대 데뷔전에서 두 차례 ‘금빛 질주’를 펼쳤다.
임종언은 13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모리스 리처드 아레나에서 열린 2025~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1차 대회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황대헌(26·강원도청)·이준서(25·성남시청)·신동민(20·고려대)과 함께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따냈다. 임종언은 전날 남자 1500m 금메달에 이어 5000m 계주까지 2관왕을 차지했다.
111.1m 트랙을 45바퀴 도는 계주에서 9바퀴를 남기고 선두를 달리던 이탈리아 토마스 나달라니가 넘어진 사이에 한국 이준서가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의 마지막 주자 임종언은 중국의 추격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6분50초781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임종언은 왼팔을 쭉 뻗고 오른팔을 돌리는 세리머니로 금메달을 자축했다.

남자 1000m까지 3관왕을 노렸던 임종원은 이날 결승에서 마지막 반 바퀴를 남기고 피에트로 시겔(이탈리아)에 추월당해 은메달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임종언은 “금메달을 따려면 더 완벽한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ISU 홈페이지를 통해 “나는 고등학생으로서 영어와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임종언은 2007년 10월 30일생으로 보름쯤 뒤에 18세가 된다. 올해 2월 주니어 세계선수권 4관왕을 차지한 데 이어, 지난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박지원 등 선배들을 제치고 1위에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시즌을 앞두고 “올림픽에 3차례 이상 출전해 ‘쇼트트랙 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던 임종언은 불과 5개월 만에 첫 월드투어에서 메달 3개(금 2, 은 1)를 따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ISU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 이름을 기억하라. ‘화이트 타이거즈(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애칭)’ 임종언”이라고 그를 소개했고, 홈페이지에는 “10대 센세이션 임종언. 17세의 고등학생 천재가 새로운 재능의 등장을 알렸다”고 적었다. 지난 시즌 세계 1위였던 윌리엄 단지누(캐나다)는 “나도 임종언처럼 매끄럽게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면 좋겠다”고 부러워했다. 중국 인터넷 매체는 “17세 스타 임종언이 재능을 과시했지만, 한국에서 귀화한 린샤오쥔(임효준)은 부진했다”고 대회 소식을 전했다.
임종언은 중학생 시절 정강이뼈와 발목이 연달아 부러져 1년6개월이나 재활했다. 남들보다 뒤쳐진 만큼 하루 8시간 강훈련을 묵묵히 소화했다. 트랙을 끊임없이 달려 강철 체력을 만든 임종언은 압도적인 속도와 추월을 뽐냈다.

한편, 한국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 계보를 잇는 김길리(21·성남시청)는 이날 여자 1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추가했다. 김길리는 앞서 전날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과 여자 1000m 은메달을 땄다. 한국 쇼트트랙은 최근 지도자 교체 및 번복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임종언 등의 활약으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쿼터(출전권)가 걸린 월드투어 첫 대회를 금 3, 은 4로 마치며 1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