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중구 신라호텔. 로비는 발디딜 틈이 없었다. 2~3시간 전부터 운동복 차림에 테니스공을 든 팬들이 몰려들면서다. 이때 한 남자가 들어서자 현장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주인공은 '테니스 황제'로 불리는 수퍼스타 로저 페더러(44·스위스)였다.
페더러는 이날 호텔에서 열린 '로저 페더러와 함께하는 세계 여행' 행사에 참여해 유소년 선수들과 레슨과 게임, 질의응답, 사진 촬영 등을 함께 했다. 이 행사는 페더러의 후원사인 유니클로가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2023년 8월 미국 뉴욕, 2023년 10월 중국 상하이, 지난해 5월 프랑스 파리에 이어 이번 서울이 네 번째다. 페더러가 한국을 찾은 2007년 서울에서 열린 피트 샘프라스(미국)와 이벤트 매치 이후 18년 만이다.
페더러가 "18년 사이 한국은 혁신, 기술, K-POP 등 여러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 워낙 오랜만에 한국에서 테니스 라켓을 잡는 거라서 제대로 실력 발휘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농담 섞인 소감을 밝히자, 행사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페더러는 20명의 한국 유소년 선수를 상대로 직접 공을 받아주며 레슨을 진행했다. 또 이날 코트에는 메이저대회 단식에서 두 차례 16강에 오른 한국 레전드 이형택 오리온 감독과 짧은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페더러는 라파엘 나달(스페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 함께 남자 테니스 '빅3'로 불리는 전설이다. 역대 메이저대회 20회 우승을 가장 먼저 달성했다. 2004년 2월부터 2008년 8월까지 237주 연속 세계 1위를 지킨 것은 아직도 페더러가 보유한 최장 기록이다. 통산 상금은 무려 1억3059만4339달러(약 1833억원). 그는 2026년 테니스 명예의 전당 헌액이 확실시된다. 페더러는 유소년 선수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테니스도 물론 중요하지만, 넓게 보면 세상에서 테니스는 하나의 취미고, 우리가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라고 조언해 박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또 상대 선수도 긴장되는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에 너무 그 긴장되는 상황에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팁을 전했다. 페더러는 "한국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나라"라며 "제가 어린 선수들에게 영감과 동기를 전달해 이 중에서 좋은 선수가 나오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그러면서 "가족과 함께 한국에 와서 더 의미 있는 방문이 됐다"고 기뻐하며 "다음에 한국에 올 때는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페더러는 며칠 더 한국에 머물며 후원사 일정을 진행한 뒤 출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