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관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사 건전성 규제를 오히려 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어려울 때 금융사 재정 안정만 강조하면, 자칫 돈을 빌리는 기업에는 ‘비 올 때 우산 뺏기’가 될 수 있어서다. 13일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5대 금융그룹과 정책금융기관 등이 참여하는 ‘관세 충격 대책반’을 구성하고, 이 같은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특히 ‘위험가중자산(RWA)’ 관련 제도 개편을 살펴보고 있다. 동일한 자산 규모를 가지고 있어도 RWA가 높으면 그만큼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된다.
최근 금융사는 자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RWA 낮추기에 신경 썼다. 이에 정작 기업들의 돈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은행들이 안전한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 대출만 취급하고, 정작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 대출은 외면하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2조1000억원 줄어든 132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3월 기준 기업대출이 감소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잔액만 1조4000억원 급감했다.
최근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규제와 관련한 위험 가중치를 하향해야 하고, 요구자본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RWA 비율을 완화하면, 등급이 낮은 기업들에도 대출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경기대응완충자본과 스트레스완충자본 유예 연장에 대해서도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미국 관세의 영향에 따라 은행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들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자금공급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