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거짓

2025-07-13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서는 언제나 ‘진실’과 ‘거짓’이 충돌하고 공존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을 생활화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직장에서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공금을 횡령하고 직장 물품을 빼돌려 경찰 조사를 받고 구속되는 사건이 언론에 자주 등장합니다. 부처님 시절에도 ‘진실’과 ‘거짓’은 있었습니다.

부처님 제자 중에 금을 세공하는 대장장이 아들 ‘쭌다’라고 있었답니다. 쭌다는 부처님께서 드실 공양을 황금 그릇에 담아 올렸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황금 그릇이 아닌 돌로 만든 발우로 공양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를 본 쭌다는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그때 한 수행승이 황금 그릇을 자기 가방에 훔쳐가는 모습을 쭌다가 목격했습니다.

얼마 후 쭌다는 부처님께 질문합니다. “법과 계율을 어긴 자도 수행자입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수행자의 종류를 네 가지 ‘길’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첫째, 길을 아는 자이다. 깨달음을 얻은 완전한 성자이다. 둘째, 길을 설명하는 자이다. 법과 계율을 가르치며 의심을 끊어주는 스승이다. 셋째, 길을 따라가는 자이다. 계율을 지키며 법을 실천하는 수행자이다. 넷째, 길을 더럽히는 자이다. 겉으로는 수행자인 척하지만 부패하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자이다”. 이렇게 수행자의 종류를 말씀하셨습니다. 수행자라고 다 같은 수행자가 아닙니다.

부처님은 이 네 가지 수행자 종류에서 ‘길을 더럽히는 자’에 대하여 부연 설명 하셨습니다. “맹세한 법과 계율을 잘 지키는 체하지만, 경솔하고, 가문을 더럽히며, 오만하고, 거짓이 있으며, 인내가 없고, 말이 많고, 위선적인 자로 길을 더럽히는 자라고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길을 더럽히는 자’는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합니다. 진실하지 않은 자입니다. 자본이 중심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사회 곳곳에 돈과 권력, 명예를 추구하는 위선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특히 진실하고 올바른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에게 ‘길을 더럽히는 자’는 더욱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존재입니다. ‘길을 더럽히는 자’는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는 암적인 존재입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길을 더럽히는 자’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습니다.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직함’은 인격 형성과 사회적 관계 발달의 핵심적인 가치입니다. 정직함은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 진실된 말과 행동을 일관되게 실천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아동기에 정직함을 배우는 경험은 아이의 도덕적 판단력, 자기 통제력, 사회적 책임감을 기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또한 정직함은 신뢰 형성의 기초입니다. 사람이 정직하게 행동할 때 사람들은 그를 신뢰하게 되고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이어집니다. 연구에 따르면 정직한 성향을 지닌 사람일수록 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사회적 지지를 더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거짓’은 자신을 속이고 자기 인격의 토대를 허무는 행위입니다. 하얀 거짓말은 때론 따뜻하게 들립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거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의도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점차 반복적 습관이 될 때입니다. 거짓은 순간을 모면하지만, 신뢰를 잃습니다.

‘진실’은 불편해도 길을 지킵니다. 진실은 때로 불편하고 외롭습니다. 모두가 아닌 척, 괜찮은 척할 때 솔직한 사람은 눈총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사람이 ‘신뢰’라는 가장 귀한 자산을 얻습니다. 진실은 때로 손해처럼 보이지만 결국 인격을 지켜냅니다.

부처님께서 ‘진실’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을 속이지 않는 것이요,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요, 사람들을 속이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 부처님은 법과 계율, 도덕, 가치관, 양심 등을 말합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거짓’을 멀리하고 ‘진실’을 가까이하는 하루를 만드시기 바랍니다.

진성스님 <마이산 탑사 회주/(사)붓다 이사장/한국불교태고종전북특별자치도종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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