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검증 주장과 음모론의 차이

2025-07-13

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논설위원

구체적인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사건이나 현상이 발생했을 때, 그 발생 원인에 대해 의도적으로 공모(共謀)한 것이라며 불신을 갖고 강변하는 것을 음모론이라 한다. 아니면 정치권에서 드러나는 부정선거 시비처럼 국가사회를 뒤흔드는 듯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또한 이런 유형의 음모론이 판치기도 한다.

물론 이런 각양의 음모론이 세간에 횡행하는 경우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특정 권력자나 유력자 등에 대한 불신(不信)이 포함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문제는 특정 음모론이 제기되는 경우 그것을 내세워 강변하는 소위 ‘꾼’들이 연이어 나타난다는 것과, 대중들이 그들의 언행을 쉽게 인정하거나 믿어버린다는 사실이다.

간혹 현상적으로 어떤 이슈를 집중해 파헤치다 보면 진실을 밝혀낼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 허접한 인간의 우격다짐 때문에 생사람 잡기 십상이다. 특히 최근처럼 인터넷 시대에 들어 그 전파(傳播)가 매우 쉬워지다 보니 생사람 잡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어떤 특정 이슈에 대해 확신하지 않으면 그것은 음모론이 아니다. 예컨대 ‘미국이 정말로 달 탐사를 했을까’라고 의문만 제기하는 것으론 음모론이 아니다. 반대로 ‘미국은 달 탐사를 하지 않았다’고 확신하는 경우라면, 이는 음모론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의심할 정도로는 음모론이 갖는 악영향적인 파급효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음모론은 사회 위기 또는 혼란 상황이나 한계상황인 때 극성을 부린다. 반면 상상력에 의존해 제기하는 음모론은 일어나기 힘든 사건을 주관적으로 이해하려거나 부정확한 관련 정보들이 난무할 때, 평소 간과했던 것이 음모론 대상과 관련점이나 유사점이 슬쩍 드러나 보일 때 이들에 지나치게 집중하게 되면 가정(假定)과 비약(飛躍)이 덧붙여져 음모론이 만들어진다.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주장 저변에는 항상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엔 절대 우연함이 없다’고 보는 경향이 짙다. 또한 지나치게 특정사건 발생의 개연성에 집착하고 사건 발생을 가능케 하는 요소 중에 우연적이지만 또한 결정적인 것 일체를 배제한다.

반대로 이들은 특정사건 발생 시 여러 이유로 간과됐던 가정(假定)들을 지나치게 맹신하고, 그것들을 근거삼아 발설함으로써 음모론이 확장일로가 된다. 물론 우리가 보고 듣는 음모론이라고 해서 다 믿을 수 없는 것만은 전혀 아니다.

음모론이란 명확치 않은 원인 때문에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 배후에 거대 권력조직이나 비밀단체가 있다는 것을 상정한다. 물론 이는 정확한 정보를 듣기 힘든 격동기나 혼란기에 유포되는 경향이 있는 비이성적 현상 중 하나이다.

최근 한국의 부정선거 논란 시비가 지속되는 가운데, 음모론 또한 점입가경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발생한 부정선거 사태는 미국 정부 차원에서 수사에 본격 진입하고 있다.

미국의 언어학자 촘스키는 “음모론은 이제 지적인 욕설이 되었다. 누군가 ‘세상의 일을 좀 더 자세히 알려고 할 때, 그걸 방해하고자 하는 사람이 들이대는 논리’가 음모론이다”라고 설파했다. 어떻든 음모론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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