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진짜’ 같아지는 금융범죄…‘가짜’를 골라내는 방법

2025-07-12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발전하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는데….”

최근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 예방 업무를 하는 금융당국 관계자는 13일 “보이스피싱 범죄가 굉장히 크게 발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발전’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웃픈’ 미소를 짓더군요. 안타깝게도 대표적인 ‘민생침해 금융범죄’로 꼽히는 보이스피싱 수법은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사기라는 것을 의심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짜’ 같은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사기범들의 수법이 지능화됐다면 이들을 잡아내는 방식과 기술 또한 발전해야겠지요. 진짜 같은 ‘가짜’를 골라내는 방법은 얼마나 발전했을까요?

먼저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공공데이터포털이 제공한 ‘경찰청 보이스피싱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 건수는 2만839건, 피해액은 854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23년과 비교하면 발생 건수(1만8902건)에선 큰 차이가 없지만, 피해액(4472억원)이 2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금융·수사당국은 ‘진짜’ 같아진 범죄 수법에 주목합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대출빙자형 사기를 예로 들어볼게요.

사기범들은 일단 햇살론, 새희망홀씨, 서민희망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명을 도용한 뒤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며 인터넷 등에 허위 광고를 합니다. 피해자가 연락처를 남기면 전화나 SNS를 통해 금융사 직원을 사칭한 가짜 상담원이 접근하는데 이들은 번듯해 보이는 명함 등을 주며 신뢰도를 높이는 수법을 씁니다. 정교한 위조 대출 서류도 피해자들이 진짜 대출을 받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죠. 신청 서류로 가장한 파일을 보내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돈이 필요한 상황에 진짜 같은 상담원이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접근하면 누구라도 ‘혹’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보이스피싱 주의를 당부하는 ‘장치’가 있다면 어떨까요? 이미 이동통신사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탐지·차단 등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가령 KT는 AI가 통화 내용을 실시간 분석해 보이스피싱 여부를 판단하고 경고 알림을 해주는 서비스를 지난 1월 도입해 2개월 만에 160억원가량의 피해를 예방했습니다.

개인정보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등은 지난해 6월 ‘AI·데이터 기반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수사 목적으로 활용되던 보이스피싱 통화 데이터를 ‘예방’을 위한 AI 개발에 적극 활용하기로 한 것이죠. 과기정통부는 ‘신종 보이스피싱 조기탐지’ 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기범도 첨단 기술을 쓴다. 막는 쪽도 당연히 첨단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매년 적발액만 ‘1조원’, 보험사기 어떻게 막을까

“A광고용역업체는 사업자 등록 후 B병원과 계약한 뒤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환자를 유인하고 허위 수술을 하게 한 뒤 실손의료비를 청구해 보험금을 부정 수령했다.” “C성형외과는 MZ조직과 공모해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제 수술을 하지 않았는데도 사진과 차트를 허위 발급해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들 사례는 경향신문이 실제 한 손해보험사에 문의해 받은 신종 보험사기 유형입니다. 최근 보험사기도 보이스피싱처럼 범행 방식이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요즘은 ‘나이롱 환자’처럼 혼자 사기를 치는 것이 아니라 보험설계사도 가담하는 등 조직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험사기는 보험사뿐 아니라 선량한 보험 가입자에게 피해를 주는 범죄입니다.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사기 적발액은 2022년 1조818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넘긴 뒤 2023년 1조1164억원, 2024년 1조1502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요. 보험사들도 고도화되는 범죄 수법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SNS를 통해 ‘고수익 알바’라고 속여 사람들을 모집하고 다수를 렌터카에 태워 차선 변경 등 과실이 많은 유형의 사고를 범죄 대상으로 삼는 등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며 “추적을 피하는 수법도 고도화돼 증거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속이려는 수법이 발전하면 잡아내려는 조사 방식 또한 발전하기 마련이죠. 보험사들은 AI를 활용한 자체 보험사기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가령 현대해상은 보험사기 범죄조직을 그룹화하고, 고의사고 사건과 주 혐의자를 자동 추출하는 ‘사회연결망분석(SNA)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보험료 청구가 대부분 비대면으로 이뤄져서 ‘딥페이크’를 활용한 보험사기 위험도 커지고 있는데요. 손민숙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2022년 ‘딥페이크와 보험사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보험 산업은 보험금 청구 등에 사진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해서 딥페이크 사기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직까진 딥페이크로 의심할 만한 보험금 청구나 보험사기 사건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제 사례가 접수되면 업계와 함께 대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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