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암검진에서 ‘암 의심’ 등의 소견을 받고도 3개월 내 병원을 찾지 않은 수검자가 10명 중 7명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암검진 사업은 국민 사망원인 1위인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유도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지만, 조기 진료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아 잠재적 암환자가 방치되고 사업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개 암종(위·대장·간·자궁경부·유방·폐암)에 대한 국가검진에서 유소견 판정을 받은 사람은 13만640명이었다. 유소견은 이상징후가 발견됐으나 아직 명확한 질환으로 진단되기 전 상태로, ‘추적검사 요망’ ‘암 의심’ 등의 판정이 이에 해당한다.
유소견 판정을 받으면 추가 검진을 통해 확진된 경우 치료로 이어져야 하지만, 이같은 후속 조치를 위해 3개월 이내에 병원을 찾은 사람은 3만5098명(26.9%)에 불과했다. 나머지 9만5542명(73.1%)은 3개월 이내 아무런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폐암·간암 등 조기 발견이 생존율 향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고위험 암종에서 3개월 내 미조치 비율이 높았다. 폐암의 경우 지난해 유소견자(의심, 매우 의심) 4340명 중 82.7%(3591명)가 후속 진료를 받지 않았다. 간암 유소견자(추적검사 요망, 암 의심) 9만2413명 중에서도 80.2%(7만4105명)가 조치를 받지 않았다. 자궁경부암도 유소견자의 77.2%(1만8139명 중 1만4005명)가 3개월 내 진료로 연결되지 않아 미조치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사후관리 없어 ‘숨은 암환자’ 방치”
이렇게 후속 조치가 미뤄진 수검자의 상당수가 ‘숨은 암환자’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원실은 유소견 판정 이후 3개월 내 추가 검사를 받은 수검자가 암으로 확진된 비율을 토대로 검사받지 않은 수검자 중 암환자 수를 추정했다. 분석 결과, 미조치 유소견자 9만5542명 중 1만5620명이 추가 검사를 받았다면 암으로 확진됐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해 국가암검진을 통해 확진된 암 진단자(2만1964명)의 약 70%에 달하는 숫자다.
유소견자 대다수가 제때 후속 조치를 받지 않는 건 검진기관이 이상소견을 통보하는 데 그칠 뿐 이후 검사·치료 독려하는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유소견자를 대상으로 추가 검사를 독려하거나, 의료비를 지원하는 사후관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국 단위 사후관리 체계는 없다.
김윤 의원은 “국가암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의 길을 열어놓고도 정부가 사후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어 많은 국민이 ‘숨은 암환자’로 방치되고 있다”며 “검진 단계에서 유소견 판정이 나오면 3개월 이내 반드시 진료로 연결되도록 후속관리 체계를 작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검진-진단-치료를 잇는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지키는 국가의 최소한의 의무”라며 “더는 미루지 말고 제도 개선에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 폐암 검진에 대해 적용되는 사후상담료를 제5차 암관리 종합계획(2026~2031년)부터 다른 암종에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며 “결과 상담 의사에 대한 교육 등도 신설해 사후상담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