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체력장을 기억하시나요? 오래달리기는 가장 괴로운 종목이었습니다. 남고생은 운동장 네 바퀴(1600m), 여고생은 세 바퀴(1200m)를 뛰었습니다. 오래달리기를 마친 우리는 “죽을 뻔했다”며 숨을 헐떡였습니다. 이른바 ‘사점(死點)’을 경험한 것이었지요. 어른이 되고 나서는 체력장도 없습니다. 그런데 오래달리기의 26배가 넘는 거리의 마라톤은 어떻게 완주하는 걸까요?
흔히 마라톤을 농사에 비유합니다.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 밭을 돌본 뒤 가을에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임하라고 합니다. ‘악으로 깡으로’ 덤빈다고 해서 42.195㎞를 달릴 수는 없습니다. 오랜 기간 몸을 단련해야 하고, 서서히 거리를 늘려야 합니다.
마라톤은 정직한 운동입니다. 야구처럼 9회말 역전 홈런이 나오지도 않고, 축구처럼 ‘극장골’을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딱 훈련한 만큼만 결과가 나옵니다. 풀코스 완주를 위해, 나아가 기록 단축을 위해 어떤 훈련을 해야 할까요? 세 번째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면서 제가 공부하고 훈련한 경험을 나눕니다. 권은주 전 국가대표 마라토너가 러너에게 전하는 조언도 정리했습니다.
JTBC 서울마라톤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정말 실전만 남았습니다. 집으로 배달된 대회 배번표를 보니 가슴이 콩닥콩닥 뜁니다.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달리기 80%는 느리고 즐겁게

“마라톤 준비하려면 한 달에 200~300㎞는 뛰어야죠?”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만화가 기안84에게 한 말입니다. 한 달에 300㎞라. 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경지입니다. 11월 2일 열리는 JTBC 서울마라톤을 진즉에 신청해 놓고도 저는 7월 163㎞, 8월 221㎞, 9월은 144㎞를 뛰었습니다. 9월에 더 많이 뛰어야 했었는데, 뒤늦게 여름 휴가를 간 터라 여름보다 못 뛰었습니다. 여행 중이라도 조깅을 빼먹지 않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더군요.
달리기 훈련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조깅(Jogging)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조깅이 과연 뭘까요? 러너가 주로 아침에 뛰어서 ‘朝깅’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국어사전은 이렇게 정의합니다. 건강 유지를 위해 자기 몸에 알맞은 속도로 달리는 운동.
몸에 알맞은 속도란 느리고 편한 속도를 말합니다. 그래서 ‘슬로 러닝’ ‘이지 러닝’이라고도 합니다. 요즘은 ‘존 2 러닝’이라는 말도 많이 씁니다. 러너가 착용하는 스마트워치를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자신의 1분당 최대 심장박동수를 기준으로 심박 구간을 5개로 나눕니다. 그중에서 두 번째로 낮은 구간을 ‘존 2’라고 합니다. ‘존 2’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초보 러너는 조금만 뛰어도 심박수가 치솟아 존 3, 4로 넘어가니까요. 편하고 즐겁게 달리는 게 중요합니다. 훈련한다는 느낌이 들면 안 됩니다.
마라톤 훈련은 강약 조절이 중요합니다. 심장이 요동치도록 빨리 달리는 훈련을 ‘강’, 조깅을 ‘약’이라고 할 수 있죠. 마라톤 전문가는 ‘80 대 20’ 비율을 강조합니다. 조깅처럼 약한 강도의 훈련이 80%여야 한답니다. 『80대 20 러닝 훈련법』에 따르면, 느린 달리기가 마라톤에 필요한 유산소 능력과 피로 저항력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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