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훈련의 대상이다

2025-10-28

최근 예능 프로그램 ‘신인감독 김연경’ 속 한 장면이 화제다. 시합에서 연습 때와 달리 실수를 연발했던 선수에게 원인을 물어보았다. ‘한 번 실수하면서 자신감이 없어졌다’는 답변. 이어지는 김연경 감독의 말은 따뜻한 위로가 아닌 질책이었다. 시합을 처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상황에 처음 처하는 것도 아닌데,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면 단지 선수가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긴장이나 스트레스와 같은 마음 역시 선수가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지적.

시합 때는 당연히 긴장한다. 적당한 수준의 긴장은 도움이 되지만, 과도하면 독. 따라서 스포츠에서는 적당한 긴장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쓴다. 야구에서 타석에 임하기 전에 타자별로 특유의 행동을 하는 것을 흔히 보는데, 이 루틴 행동이 대표적이다.

심리학에서는 연합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는 현상에서 음식과 종소리가 연합되었다고 한다. 매 타석에서 루틴 동작을 곁들여 연습하면, 루틴 동작과 연습 때의 마음이 연합된다. 그 결과, 시합에서 루틴 동작은 연합된 연습 때의 마음 상태로 돌아가게 하여, 긴장 수준을 낮춘다. 루틴 행동이 마음을 세팅하는 것이다.

스포츠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학생이 시험을 치를 때도, 취준생이 면접에 임할 때도, 직장인이 중요한 발표를 할 때도 긴장 수준은 당연히 높아진다. 그 긴장감을 이기는 것은 강심장으로 태어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긴장을 관리하도록 훈련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30년 넘게 공부를 해 온 필자도 아직 공부를 위해 책상에 앉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애용하는 루틴이 있다. 커피를 내리고, 앙드레 갸뇽의 음악을 틀고, 애착 볼펜을 두 번 돌려 옆에 놓으면 그때부터 공부가 시작된다. 혹시 지금도 마음과 씨름하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스스로의 루틴으로 극복하길 바란다.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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