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맥주가 아니었다고요?"…하이트진로 필라이트 발포주→생맥주로 '둔갑'

2024-06-28

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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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필라이트 발포주→생맥주로 속여 팔아…"표시광고법 위반"

“생맥주도 아닌 발포주를 속여 팔다니 소비자 기만 아닌가요?”

지난달 27일 오후 6시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통동의 한 주점. 이자카야를 표방하는 이곳에선 하이트진로사의 ‘필라이트 후레쉬 생(生) 20L’ 제품을 “이 가격에, 이런 맛이?생맥주 500cc 3천500원”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통해 생맥주로 광고하고 있었다. 테이블 오더를 살펴보니 메뉴판에도 ‘필라이트 생맥주’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손님 A씨는 “생맥주 가격이 굉장히 싸길래 한번 마셔봤는데, 검색해보기 전까지 맥주가 아니란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직원에게 물어봐도 '맥주가 저렴하게 출시됐다' 정도만 들었다. 발포주인 줄 알았다면 주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달 21일 남양주시 호평동의 한 주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은 필라이트 케그 타워를 구비해두고 매장에선 ‘필라이트 살얼음생 맥주’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가게 외벽엔 “필라이트 생 500cc, 라거 공법의 시원상쾌함”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술을 잘 모르는 소비자가 보면 생맥주로 쉽게 오인할 수 있어 보였다.

지난 3월 말 공식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 후레쉬 생(生) 20L 제품(이하 필라이트 케그)’이 고물가 기조 속 가성비 상품으로 주목 받아 시장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지역내 일부 주점·음식점에서 법적으로 맥주가 아닌 필라이트 발포주를 생맥주로 둔갑시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발포주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술에 함유돼 있는 것을 말한다. 맥주의 맥아 함량 비율이 60~70% 수준인 것에 비해 발포주는 맥아 함량 비율이 10%미만으로 주세법상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하지만 맛과 향이 맥주와 유사한 탓에 일부 주점·음식점에서 필라이트를 ‘맥주’로 포장해 판매하고 있어 발포주가 맥주로 오인될 수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발포주를 맥주로 오인시키는 것은 소비자 기만이며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식품표시광고법 8조는 거짓, 과장된 표시 또는 광고나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발포주를 생맥주로 광고해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행위는 소비자 기만이자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법을 판정할 때, 오인 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만큼, 오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광고의 전후 사정 설명에 따라 법 위반 여부는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기타주류 제품을 가지고 매장 영업주가 맥주처럼 판매하는 행위는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수원시 주점의 경우 사례를 알게 되자마자 즉시 현수막을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며 “이 외에도 사례를 발견하는 즉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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