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으로 먹는 식빵도 ‘초가공식품’이라고? [건강+]

2024-06-29

식생활 문화가 변화하며 음식을 소비하는 행태가 급격히 변화하는 중이다. 필요한 식재료를 그때그때 구매해 바로 소비했던 것과는 달리 대형마트 등에서 식재료를 대량구매한 뒤 냉장고 등에 장기보관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일이 된 것이다. 이런 변화 속 중요해진 것이 식료품의 보존기간이다. 그리고 이런 보존기간을 늘리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 속 많은 일상 속 많은 식품들이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식료품점 제빵 코너에 진열된 빵은 현대 요리 공학의 경이로움으로, 균일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일반적으로 오븐에서 나온 날로부터 최소 2주 동안 유통기한이 유지된다”면서 “이는 수십 년간 개선된 산업 제빵 공정과 함께 반죽을 강화하고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첨가된 모노글리세라이드, 다템같은 성분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성분을 통해 빵도 ‘초가공식품’ 논쟁의 한가운데에 포함되게 됐다고 밝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정의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은 주방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재료, 또는 최종 제품의 맛을 좋게 하거나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기능을 하는 종류의 첨가물을 함유한 식품을 말한다.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상당수의 빵도 초가공식품 범주에 정확하게 포함된다. 빵뿐만이 아니다. 장기보존이 가능한 밀키트, 즉석밥 등 상당수의 식품들도 모두 초가공식품의 범주에 해당된다.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속속 알려지고 있다. 하버드 T.H.챈 보건대학원이 암, 심혈관질환, 당뇨병 병력 등이 없는 미국 내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의 데이터를 1986년부터 2018년까지 매 2년마다 추적관찰해 30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의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무려 9%나 높았다. 전세계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해가는 가운데 성인병 등 건강을 위협하는 대사증후군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런 초가공식품 섭취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 돼가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식품산업이 거대화될수록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것이 더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재료 등의 보존기간을 늘리는 첨가물이 필수적인 탓이다. 이런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식품을 생산해 짧은 기간만 유통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이 경우 가격이 기존 식품보다 크게 비싸진다. WSJ은 미국 켄터키주 렉싱턴에 위치한 한 자연주의 빵집을 예로 들면서 “이 빵집의 빵은 밀가루, 물, 소금 및 점주의 어머니가 물려준 일부 비법재료 들을 섞어 손으로 반죽해 만든 뒤 이틀 동안만 판매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빵집의 식빵의 가격은 7달러로 미국인들이 일반적으로 구매하는 식빵 한덩어리 가격인 1.97달러의 3.5배를 넘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현실 속 영양학 관련 연구자들은 식품 업계가 유해한 첨가물을 없애고 더 온전한 통곡물을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존 첨가제보다 건강에서 이점이 있는 천연 곰팡이 억제제 등을 사용하는 방법 등이다. WSJ는 제빵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기존 첨가제의 대안이 더 비싸고 복잡하거나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추가적인 변화를 유도하려면 정부 규제나 소비자 또는 소매업체의 요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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