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런던베이글도 택했다…쌀 대신 가루쌀 사업 뛰어든 이유 [비크닉 영상]

2024-06-30

b.트렌드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도 반복되면 의미가 생깁니다. 일시적 유행에서 지속하는 트렌드가 되는 과정이죠.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는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서 유의미한 ‘통찰(인사이트)’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전 지역빵집 성심당이 지난해 8월 출시한 ‘초코미 마들렌’, 그리고 베이글 맛집으로 유명한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지난 5월에 낸 ‘단팥 쌀베이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의 필수코스라는 이곳의 두 제품이 모두 가루쌀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밀가루가 아니라 가루쌀로 빵을 만든 것도 신기한데,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 가루쌀을 현대건설이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1979년부터 충남 서산에 간척지 개발을 시작한 현대건설은 지난해부터 이 간척지에 10만평 규모 재배단지를 조성해 가루쌀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가루쌀을 성심당을 운영하는 ‘로쏘’,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운영하는 ‘엘비엠’ 두 곳에 3년간 총 30톤을 제공하기로 했죠.

가루쌀 제품 개발은 빵집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식품 회사들도 나서서 가루쌀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신세계푸드는 가루쌀로 만든 라이스 밀크를, 이랜드리테일은 가루쌀 치킨∙피자∙붕어빵 등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농심은 가루쌀 볶음면, 삼양식품은 가루쌀 라면∙만두를 개발할 예정이죠.

요즘 가루쌀 신제품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농림축산식품부가 나서서 가루쌀 산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수입산 밀을 대체하기 위한 전략이죠. 우리나라에선 매년 약 250만 톤의 밀을 소비하는데, 이 중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림부는 지난 1월, 2027년까지 밀 자급률을 8%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정희선 농림축산식품부 전략작물육성팀 사무관은 “우리나라 논 재배 산업을 유지하면서도 식품 원료로 쓰이는 쌀 가공 산업을 확장하고, 수입 밀을 대체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왜 기존 쌀이 아닌 가루쌀에 집중하는 걸까요. 가루쌀은 쌀가루와 다릅니다. 가루쌀은 가루를 만들기에 적합한 특징을 가진 새로운 품종이죠. 일반 쌀을 가루로 만들 땐 물에 충분히 불려야 하는데, 가루쌀은 바로 가루로 만들 수 있습니다. 가공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밀가루와 전분 구조가 비슷해 빵∙과자 제조에도 쉽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비크닉’ 유튜브 채널의 ‘B사이드’에서는 식품 업계가 가루쌀 제품을 내는 이유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다뤄봅니다. 음모론적인 질문으로 브랜드의 의도를 파헤쳐 봅니다.

서혜빈 기자 seo.hyebin@joongang.co.kr, 유충민·장우린PD, 고은비·최린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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