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방송사도 일본 애니메이션 조용히 중단
여행 문의 급감했지만 취소는 일어나지 않아
글로벌 경제 도시 이미지 악화에 조심스러워

홍콩 공영방송이 일본 애니메이션 방영을 중단했다. 홍콩 당국도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며 중국 정부의 ‘한일령(限日令·일본 대중문화 금지령)’에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다만 일본 제재에 동참하는 데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 공영방송 RTHK는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일하는 세포들> 시즌2의 방영을 조용히 중단했다. 해당 시간대 정규 편성은 스포츠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극장판 <일하는 세포들>은 최근 중국 정부의 ‘한일령’에 따라 <짱구는 못말려 : 초화려! 떡잎마을 댄서즈>와 함께 중국 본토 개봉이 무기한 연기된 작품이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RTHK는 방영 중단 이유를 묻는 언론 질의에 “대중에게 양질의 프로그램과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프로그램 편성을 검토한다”고만 답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이를 중국 본토의 움직임에 호응한 결정으로 해석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홍콩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으로 중·일 갈등이 불거지자 본토의 방침에 대부분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홍콩 보안국은 지난 16일 “2025년 중반 이후 일본 내 중국 시민을 겨냥한 공격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중국 외교부가 여행 자제령을 낸 지 하루 만이다.
홍콩 기업도 정부 방침에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중국 기업과 비교하면 다소 톤을 낮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캐세이 퍼시픽과 홍콩 익스프레스 등 항공사들은 일본행 항공권 구매 고객들에게 “유연한 조치를 실시하겠다”며 취소 수수료 면제나 감면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당국이 여행금지 적색경보를 공식 발령하지 않은 만큼 원칙적으로는 무료 환불 대상이 아니다.
이는 홍콩이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라는 점과 현지 여론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홍콩 여행사 트랜짓 그룹의 위안 전닝은 최근 일본 여행 관련 문의가 20~30% 감소했으며 매일 몇 건씩 취소 문의가 온다면서도 이미 여행 상품을 구매한 고객들의 대규모 취소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홍콩경제신문에 전했다.
홍콩 정부도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에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 홍콩은 중국 본토와는 달리 일본산 수산물 전체가 아니라 후쿠시마현 등 10개현의 수산물만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한 친정부 성향 입법회 의원이 홍콩경제신문에 “홍콩은 원칙적 문제에서는 중국을 따라야 하지만 구체적 사안 처리는 지나치게 엄격할 필요 없다”며 “국제 비즈니스 도시로서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애니메이션 영화조차 용납하지 않으려는 인상을 주는 것은 홍콩의 국제적 이미지와 비즈니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홍콩경제신문 웹사이트에는 이 의원이 언급된 애니메이션 방영 중단 기사는 올라와 있지 않다.
중국 당국이 홍콩과 본토의 일체감을 강조하고 있어 중·일 갈등이 깊어질수록 홍콩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반관영단체 중국 홍콩·마카오학회 고문인 라우 시우카이는 “홍콩 정부는 외교적 권한이 없다”며 “일본이 홍콩을 활용할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조보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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