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면 가족들과 함께 잘 살겠습니다.”
출소하던 남자의 눈빛은 진심처럼 보였다.
아니, 그 순간만은 분명 진심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뒤,
그 남자는 다시 교도소로 들어왔다.
더 엄청난 죄명으로 말이다.
“성실히 살겠다”던 남자의 말은
물거품이 됐다.
# 모범수에겐 비밀이 있었다
삼십대 후반의 남자는
3년 전 사기죄로 교도소에 들어왔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그는 음식점을 했다.
15평 남짓한 작은 가게에서
아내, 딸과 함께 살
새집을 마련하는 꿈을 꿨다.
꿈은 곧 깨졌다.
매출은 날이 갈수록 곤두박질쳤고,
아내의 몸에 암이 발견됐다.
가게를 살리겠다는 초조함과
아내를 살리겠다는 절박함에,
남자는 여기저기서 돈을 빌렸다.
“꼭 갚겠다”는 약속은 경기 불황 앞에 무너졌다. 억대에 이르는 채무. 남자는 결국 빚을 갚지 못했다. 법원은 그가 피해자들을 속여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교도소에 들어온 남자는 수용동 도우미로 일하며 작업장이나 운동장에서 남을 돕는 데 앞장섰다. 수용동 도우미란, 모범 수용자가 교도소 내에서 청소나 배식 등의 일을 맡는 걸 말한다.
그는 성실히 생활했고,
“아픈 아내와 딸을 위해 살겠노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찔한 사건이 벌어졌다.
내가 담당하는 공간에는 한 명의 살인자가 수용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