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요즘 뜨는 먹거리와 패션, 뷰티템부터 핫한 브랜드 스토리, 숨겨진 유통가 뒷얘기까지 ‘송이라의 트렌드쏙쏙’에서 만나보세요!
인공지능(AI) 기술은 전 산업에 걸쳐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리테일 분야에서만 보면 맞춤형 상품 추천부터 리뷰 분석, 타깃 광고 마케팅까지 다양하게 AI가 이용되고 있는데요. 최근 오프라인 마트는 계산대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계산을 위해 긴 대기줄을 선 후 점원이 일일이 계산해주는 모습은 머지 않아 사라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가게마다 셀프 계산코너가 점점 늘어나고 바코드 인식 속도나 정확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지요.
최근에는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마켓이 AI 무인계산기를 도입해 화제가 됐습니다. 레일 위에 물건을 올려놓기만 하면 사전에 모든 상품을 학습한 AI가 상품을 인식하고 오아시스마켓 앱을 통해 결제까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인데요. 오아시스마켓은 관련 기술로 특허를 확보하는 등 전 유통테크 업계의 난제를 해결한 세계최초 기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이자 장보기에 진심인 소비자로서 지난 10일 문을 연 오아시스마켓 강남점에 방문해 AI무인계산기를 직접 이용해봤습니다.
올려만 놨는데 0.5초 내 상품 인식, 정확도 99.99%

서울 강남 신논현역 7번출구 앞에는 지난 10일 오픈한 오아시스마켓 강남 신규 매장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 매장에는 다른 곳에 없는 기기가 있습니다. 매장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4대의 AI 무인계산 시스템 ‘루트100’입니다.
루트100은 오아시스마켓과 모회사인 지어소프트가 공동으로 개발한 소형 AI 무인계산 시스템입니다. 자동결제를 위해서는 먼저 오아시스 앱에 결제수단을 연동해놔야 합니다. 이후 기기 화면에 있는 QR코드를 앱에서 인식시키면 계산 준비가 끝납니다.
컨베이어벨트처럼 자동으로 돌아가는 레일 위에 상품을 하나씩 올렸더니 레일이 움직이면서 상품을 인식하고 결제까지 이어졌습니다. 오아시스마켓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체적과 온도, 색감, 무게, 위치 등 다양한 데이터를 프로그래밍제어장치(PLC) 운영체계와 AI에 접목해 구현한 세계 최초 기술입니다. 자율주행 비전센서 기술을 응용해 상품 위치나 모양에 관계 없이 0.5초 이내에 물건이 실시간으로 인식되고 정확도는 99.99%에 달합니다. 그간 유통업계의 난제였던 실시간 인식과 대량 데이터 처리 문제를 해결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이용해보니 기존의 무인계산대에서 반드시 해야 했던 바코드 인식 작업 없이 물건을 올려놓기만 해도 계산이 되니 편리했습니다. 오아시스마켓은 앞으로 고속형 ‘루트300’, 보급형 ‘루트200’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강남점은 루트100을 이용한 100% 무인계산 매장으로 운영됩니다.
동시에 대량 계산 안되는 한계...효율성 ‘글쎄’
다만 루트100에는 아쉬운 점이 한가지 있었습니다. 결제할 물건을 레일 위에 하나씩 올려놔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러 물건을 사서 바구니 째로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계산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은 불가능했습니다. 바코드를 직접 찍어야 하는 과정이 사라진 건 좋았지만, 하나씩 물건을 올려놓고 자동인식을 하고 다음 물건까지 넘어가는 속도가 드라마틱하게 빠르지는 않았습니다. 오아시스마켓은 물건을 한꺼번에 인식하고 계산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리테일 업계의 과제는 긴 대기줄 없이 더 빠르고 정확한 계산 시스템을 갖추는 것입니다. 실제 다양한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무인계산대를 확대하고 있는데요. 유니클로 등 의류매장은 무선주파수식별시스템(RFID) 기술로 바코드 스캔 없이 물건을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계산이 끝나는 시스템을 2020년대 초반부터 도입했습니다.
저도 최근 유니클로 매장에서 셀프계산대를 이용한 적이 있는데요. 쇼핑한 옷들이 담긴 바구니를 올려놓기만 하니 한꺼번에 구매 리스트가 뜨며 계산까지 이어져 매우 편리했습니다. 아마존은 일찌감치 2018년에 고객이 필요한 물건을 들고 나가면 자동으로 계산이 되는 무인편의점인 ‘아마존 고’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마라의 법칙...신기술은 버블인가, 혁신인가
아마존 고 얘기를 조금 더 하자면, 당시 아마존은 AI 시스템인 ‘저스트 워크아웃’을 적용해 자동 결제가 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매장 내 수백 대의 카메라가 고객의 얼굴을 인식하고 진열대의 센서로 고객이 고른 상품을 알아낸다고 말입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미래형 소매점’이라고 주목했고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었죠.
하지만 아마존은 5년 후엔 2023년 시애틀,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아마존고 매장을 대거 폐점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방문객이 줄어든 데다 높은 임대비용과 카메라·센서 등 시스템 유지보수 비용이 수익 대비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아마존고에서 ‘신기함’ 이상의 쇼핑 경험을 얻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기술에만 너무 집착한 나머지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이 없었다는 것이죠. 우리 기업들에게도 적잖은 시사점을 주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단기적으로 기술의 영향을 과대평가하고 장기적으로는 과소평가한다.”
미래학자 ‘로이 아마라(Roy Amara)’가 주창한 ‘아마라의 법칙’입니다. 파괴적인 신기술이 초기 단계에는 여러 오류와 시행착도 등을 겪으며 그 효과가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인류의 삶을 바꿀만큼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의미입니다.
지금의 AI 무인계산대로 아마라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지 않을까요. 비록 지금은 오아시스마켓의 무인AI계산 시스템의 속도가 아쉽고, 아마존고를 비롯한 AI신기술을 도입했던 여러 실험 매장들이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폐점됐지만, 이런 경험들이 쌓여 미래의 쇼핑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과연 10년 후, 20년 후의 쇼핑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 지 기술의 변화를 부지런히 쫓아가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