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시대의 기업은 고객(개인·기업·AI)과 이해관계자의 요구, 욕구, 고통, 가치를 항시 탐지하고 대응해야 한다. 고객이 궁금해하거나 필요로 하는 정보를 AI가 실시간 분석해 맞춤 답변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주문 의사결정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 상품 검색, 장바구니 담기, 결제까지 모두 자동화하며, 재고와 할인 정보까지 추적해 최적 구매 시점을 찾아내는 AI 에이전트가 이미 나와 있다. 이제 기업은 AI를 고객에 포함시켜야 한다. AI 손님에게 선택받는 것이 중요해졌다.
원재료, 부품, 기술 파트너의 품질·가격·위험·지속성을 AI가 항시 모니터링하고 평가·추천하도록 하면, 위험 징후를 조기에 감지해 대처할 수 있다. AI는 뉴스, 재무 정보, 기상 데이터 등을 실시간 수집해 협력업체의 부도나 공급 차질 가능성을 예측하고 경고하고, 납품 지연 확률을 사전에 산출해내고 있다.
◇AI 모델과 RAG 엔진을 활용한 상시 R&D
AI 시대의 혁신 기업은 내외부의 AI 모델을 잘 구비하고, 사내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엔진을 구축해 시장·고객·공급자 데이터를 상시 연구개발(R&D)에 활용해야 한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 고객 리뷰 수만건을 요약 분석하거나, 경쟁사 제품 사양을 비교함으로써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다. 고객 선호 정보를 입력해 제품의 새로운 기능 아이디어 수십 가지를 뽑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시각화된 콘셉트 이미지까지 생성하는 방식으로 디자인 워크플로를 혁신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수십 가지 시안을 만들어내고, 괜찮은 방향을 선택해 구체화하는 식이다. 사내 DB와 연계된 RAG 엔진은 연구원들이 질문 하나로 핵심 자료를 얻도록 돕는다.
자신의 도메인에 특화된 전문 데이터셋을 축적하고,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AI가 자사 맥락에서 최적 성능을 내도록 해야 한다. AI와 비즈니스 데이터 간 연결을 표준화하는 MCP등을 테스트해 AI 모델이 회사의 콘텐츠 저장소나 업무 툴에 안전하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제품·서비스 설계와 판매·운영의 지속적 자동 개선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모델(BM),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생산, 유통 등 기업 활동 전반을 AI로 상시 설계·평가·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상의 AI 고객들을 수만명 생성해 우리 제품을 체험시켜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볼 수 있다.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가상 사용자 에이전트들을 웹사이트에 투입해, 실제 이용자처럼 클릭하고 구매까지 하는 행위를 자동으로 진행시키는 실험도 등장했다. 기업을 대표하는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고객 응대부터 판매까지 자동화하는 시도를 해야 한다.
◇AI 시대 노출 최적화와 에이전트 친화 전략
당신은 이제 AI의 대답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콘텐츠를 요약본, FAQ, 데이터 포인트 중심으로 구성하자 AI 답변에 해당 브랜드가 빈번히 인용되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구조화된 정보와 신뢰 신호(전문가 인용, 평판 등)가 있으면 답변 채택률이 높아진다.
아직 많은 웹사이트가 AI의 접근을 막고 있지만, 이러한 장벽을 허무는 기업이 앞서간다. AI 여행 비서를 통해 항공권 예약을 받고, 자동으로 티켓 발권까지 처리할 수 있는 여행사가 곧 나올 것이다. 우리 회사가 AI 에이전트 주문을 지원하지 못 한다면, AI는 경쟁사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기업은 자사 제품과 가격, 재고 등의 정보를 공개 API나 표준 프로토콜로 제공해 AI 바이어들의 레이더망에 오르는 한편, 자사 AI 에이전트를 통해 경쟁사의 API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어오는 쌍방 전략을 취해야 한다.
◇경영진 의사결정과 조직 문화의 AI 접목
마지막으로, CEO와 임원들을 위한 반자동 의사결정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것이 AI 시대 기업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매일 아침 자사 관련 뉴스를 요약해주고 전날의 영업 지표를 분석해주는 보고서를 통해, 핵심 현황 파악과 위험 징후 감지를 한 줄 명령으로 지원하는 것이 이미 가능하다. '시나리오 A로 투자할 경우 5년 후 재무 상태는?' 같은 질문을 던져 결과를 예측해볼 수 있는 의사결정 시뮬레이터 AI를 지금부터 구축해 나가야 한다.
우리 회사가 혹시 AI 시대에 뒤처진 원시 기업은 아닌지 자가 진단해보자. 다음 10가지 리트머스 테스트에 대부분 해당한다면 조직의 AI Readiness(준비도)가 심각하게 낮은 것이다.
위 문항에 뜨끔했다면 지금부터라도 AI 준비도 제고에 나서야 한다. 작게라도 파일럿 프로젝트를 실행해보라. 최고의 기업이 되는 길은 거창한 구호나 천문학적 예산이 아니라, 이러한 변화를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데 있다. AI와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핵심 요소와 역할 분담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기업만이 미래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학 빅데이터 응용학과·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교수 klee@khu.ac.kr
〈필자〉KAIST에서 경영과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로보틱스연구소와 MIT, UC버클리에서 연구했다. 미국인공지능학회(AAAI)가 수여하는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을 네 차례 수상했고 AI 매거진(Magazine) 등 국제학술지에 40여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 빅데이터응용학과, 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교수이며 빅데이터 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