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오늘날 지상 위를 걸어 다니는 가장 큰 동물 중 하나다. 긴 코와 한 쌍의 긴 상아를 지닌 이 동물은 오늘날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다. 코끼리가 속한 분류군을 장비목(Proboscidea)이라고 한다. 이 장비목의 화석기록을 보면 정말 다양한 형태의 엄니를 지닌 코끼리의 옛 친척들이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끼리는 오늘날에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만 서식한다. 그러나 화석기록을 보면 이들의 친척은 과거에는 전 세계 여러 지역에 퍼져서 살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과거에 살았던 코끼리의 친척 중 하나로 한반도에서도 발견된 사례가 있는 곰포테리움(Gomphotherium)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한다.

전 세계에 퍼져 살았던 코끼리의 친척
곰포테리움은 1837년에 헤르만 버마이스터(Hermann Burmeister)라는 할레 비텐베르크 마르틴 루터 대학교(Martin Luther University Halle-Wittenberg) 교수가 명명했다. 이 동물 화석은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발견됐다. 3000만 년 전부터 살았던 이 코끼리의 친척은 무려 1만 년 전 즈음까지 살았다. 이들이 살았던 지역도 매우 넓었다. 현재까지 곰포테리움의 화석은 아프리카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북아메리카에서도 발견되었다. 즉, 이 동물은 3000만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매우 넓은 지역에 분포하면서 살았던 것이다.
이렇게 넓은 지역에 분포하면서 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식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동물의 이빨을 분석한 여러 연구를 통해서 보면 곰포테리움은 다양한 식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2001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 동물들은 연한 관목 나무의 이파리나 온대성 식물의 잎을 먹었을 것이라고 한다. 750만 년 전 북미에서 살았던 곰포테리움 상아의 동위원소를 분석해 나온 결과였다.
2018년에 발표된 다른 연구에서는 곰포테리움이 땅에서 자란 풀을 먹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중앙아시아에서 마이오세 중기(1000만 년 전)에 살았던 곰포테리움의 이빨 화석에서 발견된 스크래치 흔적과 식물 규소체(Phytolith)-식물이 성장하면서 식물 체내에 쌓이는 규소 입자-를 분석한 결과였다. 규소체는 나뭇잎에서 발견되는 종류냐 아니면 풀에서 발견되는 종류냐에 따라서 종류가 갈라지는데, 곰포테리움의 이빨에서 발견된 규소체는 주로 풀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즉, 곰포테리움의 식성을 분석한 연구를 보자면 이들은 나뭇잎을 먹었고 그러면서 풀을 먹기도 했다. 이들이 살았던 마이오세 시기는 지구 전체에서 기후변화가 활발하게 일어나던 시기였다. 기후의 변화로 인해서 주변 환경이 바뀌는 상황도 발생했다. 곰포테리움의 다양한 식성은 이런 환경에서 적응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한반도의 곰포테리움


곰포테리움은 아프리카 바깥의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었다. 그 분포도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북아메리카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이 중에는 한반도도 있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8년 일본인 학자 지로 마키야마 교수가 함경북도 명천군에 분포한 기동층이라는 지층에서 장비목의 화석을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다. 발견된 화석은 턱뼈 일부와 어금니였다. 2005년 실시된 한국과 일본 학자의 공동연구에서 이 화석의 어금니 형태를 분석한 결과 곰포테리움의 것이라고 결론이 지어졌다. 곰포테리움에는 여러 종이 있는데, 연구진은 그중에서 곰포테리움 아넥텐스(G. annectens)라고 결론 내렸다. 이 종은 곰포테리움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종으로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장비목 중 하나였다. 이 화석을 통해서 기동층의 연대는 전기 마이오세 말인 1800만 년 전에서 1700만 년 전 즈음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현재 이 화석의 진본은 일본에서 보관 중이며 대전에 있는 지질박물관에서 복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2021년 북한 학자들이 기동층에서 또 다른 곰포테리움 화석을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다. 북한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기동층에서 오른쪽 어금니 2개와 왼쪽 턱 일부, 턱에 부착된 어금니 1개가 발견됐다.이빨의 형태를 볼 때 북한 학자들은 이 화석의 주인이 곰포테리움이나 그 친척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화석은 북한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Gomphotherium
https://www.britannica.com/animal/gomphothere
(Britannica: gomphothere)
https://www.fossilguy.com/gallery/vert/mammal/land/gomphotherium/index.htm
(Fossiguy.com: Gomphotherium: "Welded Beast")
Fox, D. L., & Fisher, D. C. (2001). Stable isotope ecology of a late Miocene population of Gomphotherium productus (Mammalia, Proboscidea) from Port of Entry Pit, Oklahoma, USA. Palaios, 16(3), 279-293.
Makiyama, J. (1938). Japonic Proboscidea. Memoirs of the College of Science, Kyoto Imperial University. Ser. B, 14(1), 1-59.
Wu, Y., Deng, T., Hu, Y., Ma, J., Zhou, X., Mao, L., ... & Wang, S. Q. (2018). A grazing Gomphotherium in Middle Miocene Central Asia, 10 million years prior to the origin of the Elephantidae. Scientific Reports, 8(1), 7640.
이융남. (2005). 북한 함경북도 명천의 제3기층 기동층에서 기재된 Bunolophodon yokotii Makiyama, 1938에 대한 새로운 고찰. 고생물학회지, 21(2), 157-165.
이수빈 화석 연구가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화석이 말하는 것들>(에이도스) 저자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