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 선교사가 제주 보롬왓을 찾은 까닭은?

2025-04-04

카카오에 진심인 이종인 보롬왓 대표

生카카오 활용한 고품질 초콜릿 위해

마다가스카르 조용문 선교사와 의기투합

현지 재배 카카오·마카다미아 들여오기로

“‘국제 초콜릿 쇼’를 제주 대표 행사로”

얼마 전 제주 보롬왓에서 열린 ‘제1회 국제 초콜릿 쇼’를 찾았다. 메밀꽃 축제로 유명한 보롬왓에서 웬 초콜릿 쇼가 열릴까 하는 의문을 갖고 방문했다.

지난 2010년 문을 연 보롬왓은 메밀꽃을 비롯해 튤립, 라벤더 같은 다양한 꽃들이 10만평 농장에서 계절에 따라 옷을 달리 입는 곳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꼭 들러보고 싶은 명소가 됐지만 초콜릿과는 연결이 잘 안됐기 때문이다.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제주에서도 가장 황무지에 속하는 땅에서 새로운 농업 문화 콘텐츠를 일구고 있는 이종인 보롬왓 대표가 초콜릿에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보롬왓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초콜릿을 대표 상품으로 키우고 싶었다”며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를 직접 재배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차선책으로 시도한 것이 메밀 농사였다”고 털어놨다.

그러고 보니 보롬왓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처음 눈에 보이는 공간은 메밀 가공 시설로 들어차 있었지만 그 다음으로는 초콜릿 제조 공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카카오 원두를 잘게 부수는 것부터 시작해 최종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표는 “100% 카카오만으로 만든 ‘진짜’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콩고와 코스타리카에서 카카오 원두를 들여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 직접 카카오 농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며 “미래에는 제주에서 직접 카카오 나무를 재배하는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보다 질 좋은 카카오 원두를 해외에서 직접 재배해 들여올 수 있을까 고민하던 이 대표는 지인의 소개로 작년 아프리카 서부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를 방문했다. 수도인 안타나나리보에서 비포장도로를 4시간 달려 무라망가에 도착한 그는 눈 앞에 펼쳐진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그 곳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한국인이 일구었다는 189ha(57만평) 농장의 규모에 압도됐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모든 역경을 무릅쓰고 일궈놓은 대형 농장을 보면서 자신이 한없이 나약하게 느껴졌다. 이 대표는 “마다가스카르를 방문했을 당시는 보롬왓 운영 문제로 마음이 매우 힘들 때였다”며 “움푹 팬 물웅덩이가 즐비한 비포장도로 끝에 나타난 농장을 보고서는 큰 감동이 몰려오면서 스스로 많은 반성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마다가스카르에서 만난 농장주가 바로 조용문 선교사였다. 조 선교사는 이 대표의 초청으로 국제 초콜릿 쇼 현장을 찾은 터였다.

그가 마다가스카르에서 선교 활동을 시작한 때는 묘하게도 보롬왓이 문을 연 2010년이었다.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아프리카 여행을 갔다가 마다가스카르에 한 눈에 반해 집과 빚을 정리하고 남은 돈 2000만원을 들고 향한 곳이었다. 조 선교사는 “인도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와 이런저런 사업을 했지만 마다가스카르를 방문한 뒤에는 이 곳에서 선교 활동을 하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신학교 후배인 아내도 흔쾌히 동의해 지금껏 마다가스카르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마다가스카르에서 처음 시작한 선교 활동은 교육이었다. 마다가스카르 주재원으로 있다가 한국으로 귀국한 지인이 차를 좀 바꾸라며 보내 준 1000만원으로 현지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를 지은 게 시작이었다. 처음 60명으로 시작한 학교는 이제 700명으로 늘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와 협력하면서 이런 학교가 마다가스카르에 60개를 넘어섰다. 몇 해 전에는 병원도 새로 지어 운영되고 있다.

조 선교사가 마카다미아 농장 운영을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마다가스카르에서 마카다미아 재배에 성공한다면 ‘대박’일 거라는 이야기를 지인으로부터 들은 게 동기가 됐다. 고급 견과류인 마카다미아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기후 조건이 마다가스카르와 비슷하지만 이제껏 마다가스카르에서 마카다미아 재배를 시도한 사람이 없었다. 지인의 집에서 우연히 마카다미아 나무 세 그루를 발견한 것이 그가 마카다미아 재배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조 선교사는 “세 그루 나무를 기반으로 직접 묘목을 만들어 작은 땅에서 시작한 농사가 점점 불어나기 시작해 지금은 4년 전 새로 마련한 189ha 땅에서 5만 그루의 마카다미아를 재배하고 있다”며 “이제 일부 나무에서는 마카다미아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고, 전문가들의 평가도 좋아서 몇 년 뒤부터는 연간 수백톤 정도 수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 농장과 멀지 않은 곳에 3만평 규모 카카오 농장도 새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카카오는 전량 제주 보롬왓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대략 2년 뒤에는 마다가스카르 카카오를 활용한 초콜릿이 만들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좋은 카카오 열매를 들여와야지만 좋은 초콜릿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마다가스카르 카카오 농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한국인이 생산한 카카오로 제주에서 최고급 초콜릿을 직접 만들고, 이번에 처음 개최한 국제 초콜릿 쇼를 세계적인 초콜릿 축제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조 선교사는 “마카다미아와 카카오 농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현지 주민들의 소득도 늘리고 젊은이들 일자리도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제주가 초콜릿 섬으로 유명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제2회 국제 초콜릿 쇼’는 튤립이 만개한 제주 보롬왓에서 내년 3월 말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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