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만의 지역 건축 만들려면 산업도시의 기술과 재료 디자인에 적용해야..."공공 건축에 지역성을"

2025-06-28

[울산저널]이종호 기자= 26일 화목 토론에서는 '지역 건축의 패러다임 변화-버내큘라 건축'을 주제로 김범관 울산대 실내공간디자인학과 부교수가 발표했다.

버내큘라(Vernacular) 건축은 특정 지역의 기후, 지형, 문화, 재료 등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전통적이고 자생적인 건축 양식으로 지역의 재료를 사용해 전승된 기술로 지어진다.

버내큘라 건축에 담긴 지역성(Locality)은 특정 장소가 지닌 자연, 역사, 사회문화, 삶의 방식이 유기적으로 녹아 있는 상태로 지형과 풍경, 문화와 역사, 생활 방식이 건축물과 공간에 드러나는 고유한 정체성을 의미한다.

김범관 교수는 세계의 위대한 건축과 디자인은 '로컬'에서 시작된다며 건축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들은 그 지역의 재료를 써서 지역공동체에 필요한 건물이나 공간을 재창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2022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케레는 고향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간도 마을에 그 지역의 나뭇가지와 진흙 벽돌로 볕이 잘 들면서도 자연 환기가 잘 되는 학교를 지었다. 그 학교에 다닐 학생들과 마을 주민이 건물 짓는 일에 함께했다.

여러 명의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배출한 영국건축협회건축학교(AA스쿨)를 졸업하고 모교인 울산대에 교편을 잡은 김 교수는 디자인.건축융합디지털제조혁신연구소를 통해 산업도시 울산에서 생산되는 재료와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지역 건축을 시도하고 있다.

울주군 삼동면에 10년 넘게 방치된 건물을 '스페이스 오드 삼동'이라는 카페로 재탄생시킨 '영속적인 황금잎(perpetual Golden Leaf)' 공간재생 프로젝트가 시작이었다. 영남알프스의 황금빛 단풍과 비를 머금은 삼동 숲의 선명한 녹색을 지역에서 생산하는 비철금속 알루미늄 내장재와 색채로 형상화한 이 건축으로 김 교수는 2020년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위너를 수상했다.

경남 양산 주진마을에 쌀을 형상화한 알루미늄 외장 패널과 방염 처리된 집성목을 노출시켜 논 한가운데 지은 카페 '아리주진'은 2020년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우수상을 받았다. 비싼 코팅 대신 전기도금만 한 알루미늄 패널은 낮밤과 계절의 온도 차이에 따라 색채가 바뀌고 철 따라 변하는 논 색깔을 반사시키는 새로운 미래 건축 소재로서 가능성을 선보였다. 상업 건물에 방염 처리된 목구조를 노출시킨 첫 사례로도 주목받았다.

내장재와 외장재에 이어 도전한 것이 경남 하동군 악양면 입석리에 지은 귀촌 시범 주택의 알루미늄 지붕재였다. 방수라는 어려운 과제는 울산 남구 삼산동의 벤딩(절곡)업체와 협력해 해결할 수 있었다. 2702개의 알루미늄 패널을 직접 그리고 천창 2개를 기준으로 오와 열을 맞춰 시공 테스트를 한 뒤 현장에서 한 땀 한 땀 설치했다. 패널에는 섬진강의 하늘과 금빛 모래, 입석리의 돌 색깔을 담았다. 등산로 아래쪽에 자리해 지리산 자락의 녹음과 날씨를 패널 지붕이 그때 그때 반사해 산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목조 부재로는 드물게 정원형(동그라미) 건축을 시도했다. 김 교수는 이 건축으로 2023년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준공 부분 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삼나무 중목 구조 건축으로 유명한 일본 미야자키현의 초청을 받아 울주군 삼동면 구수리에 지은 울산의 중목 주택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지사가 김 교수를 초대할 정도로 중목 기술이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 사례가 관심을 끌었다.

지역 주택을 위한 공간 브랜딩의 일환으로 한 작업이 40년 된 언양메주 공장을 리모델링한 '소이빈 삼동' 프로젝트다. 메주의 건강한 갈색 안에 숨겨진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을 사용해 지역성 있는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설계했다. 이 프로젝트로 김 교수는 2021년 K-디자인 어워드 위너를 수상했다.

치아 모양 패널과 조명을 천정에 매달아 환자와 의사가 재밌게 소통할 수 있도록 작업한 치과 공간도 또 다른 디자인 사례로 소개했다.

햇볕 피할 곳이 마땅치 않은 간절곶에 그늘이 있는 공간으로 설계한 공공 건축 프로젝트 '간절루'는 7월 3일 준공을 앞두고 있다. 노루페인트 색상연구소에서 간절곶 일출과 일몰 색깔을 조색해 지붕 도색용 간절곶 해맞이 7색을 만들었다. 바다 일출을 상징하는 반원과 육지쪽 산을 형상화한 삼각형을 비정형으로 이어 지붕을 만들었고, 목조 누각은 바다쪽으로 1도씩 17도를 휘어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 일출을 감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김범관 교수는 "건축, 공간 디자인의 꽃은 공공 건축"이라며 "지역의 공공 건축은 공동체를 위한 지역성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친환경 패널에 이끼를 생장시켜 친환경 건축 외장재를 개발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가능하다면 울산에 있는 건축물에 조만간 친환경 재료를 쓴 외장재를 실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도에 일렁이는 몽돌의 모습을 3D 프린팅을 통해 패턴으로 만들어서 주전 몽돌이 갖는 지역성을 시각적으로 조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건축 외장재도 개발하고 있다.

동서발전의 지원으로 3D 프린팅으로 만든 태양광 건축 외장재 개발에도 착수했다. HD현대건설기계 본사 입구에 3D 프린팅으로 작업한 10미터 높이의 태양광 블록을 설치하고 있다.

김범관 교수는 "울산의 산업, 기술, 재료가 울산의 버내큘라라고도 할 수 있겠다"며 "울산의 주력 산업을 이용해 건축 디자인에 적용한다면 세계적인 건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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