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취객 휴대전화 훔쳐 최대 50만원에 판매
전문 절도범·장물 알선책·보따리상 등 통해 해외로 팔려가
지하철 역사에서 취객의 핸드폰을 훔쳐 해외로 빼돌리는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휴대폰에 담긴 개인정보가 피싱에 악용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지하철에서 취객의 휴대전화를 훔쳐 팔아넘기거나 해외로 빼돌린 일당 4명을 검거해 3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60대 남성 A씨와 50대 남성 B씨는 지난 9월부터 이달 7일까지 승강장이나 전동차 내에서 술에 취해 잠든 승객의 휴대전화 8대를 훔쳐 장물업자에게 팔아넘긴 혐의(특가법상 절도)를 받는다. 이들은 주로 심야 시간 폐쇄회로(CC)TV가 없는 전동차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훔친 휴대전화는 당일 새벽 대형 상가 비상계단 등지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자인 30대 남성 C씨에게 1대당 약 10만∼50만원에 넘겼다. C씨는 휴대전화를 항공 배송 물품 안에 끼워 넣거나 보따리상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우즈베키스탄에 밀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1대당 7만∼1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취객의 휴대전화 훔쳐 해외로 빼돌리는 사건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경찰은 앞서 2023년 3월부터 전문 절도범으로부터 휴대폰을 매입한 70대 여성 D씨를 비롯해 장물 알선책, 절도범 등 총 13명을 장물취득 등 혐의로 지난해 10월 검거했다. D씨는 장물 알선책을 통해 상선에게 넘겼고, 상선은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이나 필리핀으로 휴대폰을 밀반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D씨가 전문 절도범들로부터 도난 휴대폰을 사들인 뒤 이를 장물 알선책에 넘겨 챙긴 돈은 약 1860만원에 달했다. 장물 알선책과 보따리상 등 일당 13명은 모두 관련 전과가 있었다. D씨는 기존에 거래하던 베트남인 장물업자 총책이 잡히자 다른 장물 알선책과 거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일당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새벽 시간대 서울, 수원 등지의 CCTV가 없는 사각지대나 주거지에서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증거인멸을 위해 텔레그램으로 운반책에게 연락하고 창고에 장물을 던지는 수법을 썼다.
해외 장물 조직은 휴대전화 잠금을 풀어 공기계로 만들기 위해 ‘애플 고객센터’를 사칭하는 ‘피싱’ 수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분실한 피해자가 같은 번호로 다른 휴대전화를 구해서 쓴다는 점에 착안해 ‘분실한 휴대전화에 다른 사람이 접속해 연락처가 동기화되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피해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빼냈다.
당시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는 51명으로, 대부분 지하철 승강장 등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휴대전화를 손에 들거나 옆에 뒀다가 절도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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