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벗은 연상호의 실험 '계시록', 넷플릭스 올해 한국 영화 흥행 포문 [D:영화 뷰]

2025-03-31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계시록'이 흥행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계시록'은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비영어권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하며, 판타지를 걷어낸 연상호의 세계가 여전히 강력한 흡인력을 지닌다는 점을 증명했다.

그동안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반도', '지옥', '정이', '기생수: 더 그레이' 등으로 디스토피아와 초자연적 요소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반면 '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판타지적 장치를 배제하고 그려낸 작품이다.

'선산' 시리즈 이후 영화로는 처음이며 '계시록'을 맹목적인 믿음과 자기 확신의 위험성,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인간 심리를 다루며 현실의 서늘함과 공포를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연상호는 과거에도 인간 본성의 그늘을 장르의 틀 안에서 꾸준히 탐구해왔지만, 이번에는 그 장르를 걷어내며 판타지를 벗고도 여전히 날카로운 시선을 유지했다. 또한 집단 광기와 종교적 신념,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선 인간들의 서사는 언어와 문화를 넘어선 보편성을 가진 주제인 만큼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었다.

한국의 넷플릭스 시리즈 오리지널이 글로벌에서 강세를 보인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영화에서 부진했던 넷플릭스는 '계시록'을 통해 2025년 기분 좋은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올해 넷플릭스는 '계시록'을 포함한 7편의 한국 영화를 준비했다. 1998년 청춘의 고백을 둘러싼 '고백의 역사', 킬러 서열전을 다룬 '사마귀', 아파트 층간 소음 스릴러 '84제곱미터', 대홍수 재난 블록버스터 '대홍수', 우주 롱디 로맨스를 그린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기 위한 작전극 '빅뉴스'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넷플릭스는 올해 영화적 완성도와 플랫폼 호환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계시록'은 이 라인업의 출발점이자 기준점으로 제시될 수 있다.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이 그저 한국적 정서나 유명 IP에 있지 않다는 것을, 오히려 '어떤 방식으로 인간을 말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는 서사에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넷플릭스가 '계시록'이라는 서늘하고 묵직한 한 방으로 포문을 연 만큼, 이후 6편의 작품들이 서사를 얼마나 확장하거나 변주해갈지, 그리고 그 안에서 한국 감독들이 플랫폼이라는 틀 안에서 얼마나 독립적인 질문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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