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 김수미의 일생이 담긴 일기가 12일 책으로 출간된다. 30대 젊은 나이였던 1983년부터 올해까지의 일기 중 핵심적인 내용만을 담았다.
김수미의 일기는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식모살이를 해야 했던 어린 시절의 회상, 남편의 반복되는 외도, 가장으로서 겪는 생계의 어려움, 시어머니의 죽음 후 경험한 방의, 돈에 대한 집착, 사업 실패, 사기와 황령 등 대중에게 보여준 이미지와 전혀 다른 인간 김수이에 대한 상반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을 생각하다가도 곧 건강검진을 예약하는 역설적인 모습과 죽기 직전까지 고통 속에 힘들어 하면서도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에게 삶에 대한 그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생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도록 한다.
매일 이른 새벽마다 일기장을 펴고 펜을 들었던 작가의 솔직한 심정과 생각이 모두 표현될 수 있도록 교정을 최소한으로만 진행했고 일기 속 내용을 덜어내거나 자르지 않고 그대로 엮었다. 일기 외에도 작가가 작성한 짤막한 칼럼 원고들, 단편글을 해당 연도에 모두 함께 구성하고 미디어에 한번도 노출되지 않았던 방송가 이야기를 그대로 실어 ‘인간 김수미’를 책에 담고자 했다.
이 일기는 그가 평생을 고통받아 온 결핌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부모와 함께 지낸 시간이 짧았던 탓에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고 다른 여자와 외도를 일삼는 남편에게서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버림받았다. 유일하게 그를 아껴주었던 시어머니마저 참혹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부터 그는 여러 차레 자살을 기도하며 오로지 일과 돈, 자식들에게만 집중했다.
고 김수미는 중년의 나이로 톱스타 자리에 오른 후에도 하루하루 돈에 대한 걱정과 집착으로 보냈고 자식들에 대한 원망과 사랑을 반복하면서 사업 실패와 사기로 인한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다. 누구보다 결핍에 힘들어 했지만 누구보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이 이루며 오래 살기를 원했다.
고 김수미의 결핍은 오히려 생에 대한 집착이 됐다. 부모로부터, 남편으로부터, 자식들로부터도 그가 원했던 만큼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그는 항상 자살을 꿈꾸면서도 동시에 건강검진을 예갸했다. 매일 밤마다 금연, 금주를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건강에 대한 염려로 일생을 보냈다. 모든 외로움과 고통의 종말로서 죽음을 늘 원해왔지만 그렇기에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 했다.
고인의 일기는 재판장에게 보내는 탄원서로 끝이 난다. 일생을 자신의 외로움, 고통에 대해 알아주고 도와주길 바라며 탄원했지만 결국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무고함과 고통을 호소하는 글로 일기장을 마무라 할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덤덤히, 때로는 격정적으로 써 내려간 그의 일기장에는 결핍과 집착, 생에 대한 갈망,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