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의 공모펀드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져 한국투자증권의 '코어오피스' 같은 부실 상품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벨기에 코어오피스 2호 부동산투자신탁(파생형)' 사례를 들어 "금감원이 형식적 심사에 그친 결과, 위험 구조를 걸러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상품은 2022년 공모 형태로 약 900억원이 판매됐고, 벨기에 정부기관이 입주한 빌딩에 투자해 안정적이라고 홍보됐지만, 건물 가치가 하락하면서 선순위 채권자에 변제가 이뤄져 투자자들이 전액 손실을 입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해당 펀드는 건물 가격이 26%만 떨어져도 전액 손실되는 구조였다"며 "후순위 채권임에도 투자설명서 91쪽 중 '후순위'라고 직접 명기한 부분은 단 한 줄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 담당자는 '설정액 변동 가능성', '대출금 명시', '현금흐름 손실 가능성' 등의 문구로 후순위 구조를 인식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정도로는 소비자가 위험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판매사 직원이 "후순위라는 명확한 내용이 없다"고 말한 녹음 파일을 제시하며 "결국 설명서가 부실하게 작성됐으며, 금감원이 형식적 심사를 통해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금감원이 법적으로 수리를 요하는 신고라는 이유로 서류 요건만 검토하고, 실질적 위험 구조를 평가하지 않는다"며 "결국 고위험 금융상품을 걸러내지 못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가 수술 전 합병증을 고지했다고 해서 책임이 면제되지 않듯, 금융상품도 단순한 설명으로 감독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고 비유했다.
이에 대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형식적 대응을 전면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상품 설계 단계에서 부실한 구조를 필터링하고 신고 내용 검증을 강화하기 위한 실무 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금융권의 단기 실적 중심 KPI 제도를 장기성과 중심으로 개선하고 있으며, 업권 간담회에서도 '가족에게 팔 수 있는 상품인지 점검하고 출시하자'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