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사랑을 받은 미국 뉴욕주의 다람쥐 땅콩이가 주정부에 의해 안락사돼 논란이 일고 있다.
2일(현지 시각) AP 통신 등에 따르면 뉴욕주 환경보호국(DEC)은 지난달 30일 뉴욕주 파인시티에 있는 농장주 마크 롱고의 자택과 농장에서 다람쥐 '땅콩이'(P'nut; 피넛)와 너구리 '프레드'를 압류했다.
뉴욕에서 민간 동물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는 롱고는 7년 전 로드킬로 어미를 잃고 혼자 남은 어린 다람쥐 땅콩이를 구조했다. 8개월 동안 치료를 하고 야생으로 돌려보내려 했으나 하루만에 꼬리가 물어뜯긴 채 돌아온 땅콩이를 보고 자신이 키우기로 했다.
그는 '다람쥐 땅콩이'(Peanut The Squirrel12)라는 이름으로 계정을 개설하고 땅콩이가 재롱부리는 영상 등을 공유했다. 땅콩이 채널은 65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던 중 지난달 30일 갑자기 DEC가 롱고의 자택을 방문해 광견병 예방을 이유로 서류상 야생동물인 땅콩이와 프레드를 압류했다.
7년간 함께한 반려동물을 갑자기 빼앗긴 롱고는 SNS를 통해 팔로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합법적으로 두 동물을 키울 수 있도록 야생동물 재활치료사 자격증을 신청했다. 또한 야생동물을 적법하게 기르기 위해 필요한 교육 목적의 동물로 땅콩이와 프레드를 등록할 계획이었다.
자격을 취득하는데에만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롱고는 서류를 준비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그리고 며칠만에 DEC로부터 땅콩이를 안락사시켰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롱고는 “DEC는 수색 영장도 없이 다람쥐를 잡기 위해 집을 급습했다. 마치 내가 마약상인 것처럼 집안을 수색했다”며 다람쥐와 너구리를 빼앗기 위해 6명의 직원들이 출동했다고 호소했다.
DE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광견병을 옮길 수 있는 야생 동물의 안전하지 못한 사육과 야생 동물을 반려동물로 불법적으로 키우는 것에 대한 여러 신고가 있었다”면서 “조사원이 다람쥐에 물리기도 했다. 광견병 예방을 위해 두 동물 모두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 동물과 접촉한 사람은 의사와 상담하기 바란다”고 발표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은 주 정부의 조치가 과도하다고 비난했다. 네티즌들은 “강제로 들어와 재산(서류상)을 압수하고 죽여놓고는 '물렸다'고? 그 애들은 공포에 떨며 죽어갔다”, “광견병 백신을 주사해야지 안락사시키는 게 말이나 되냐”, “광견병은 대부분 개한테서 나온다. 다람쥐는 광견병에 걸리지도 않는다” 등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 실제로 광견병은 다람쥐 같은 설치류에 의해서는 거의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는 이 소식에 “정부가 도를 넘어 다람쥐를 납치하고 처형했다”고 비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람쥐를 구할 것”이라고 틈새 유세를 펼쳤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