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없다

2024-12-18

막연한 공상이 현실이 되다. 시골에 살며 밤하늘을 쳐다보며 유달리 반짝이는 별에 대해 궁금증도 생겼지만 작은딸이 우주과학에 대해 질문이 많았다. 딸의 궁금증과 호기심이 더해져 색다른 친밀감을 느껴서 천체망원경을 하나 장만했다. 셀레스테론 9.25인치 반사망원경인데 무거워 딸 혼자는 다룰 수가 없다. 맑은 밤이면 옥상에 올라가 별구경하자고 조르던 딸이 좋았다. 유관으로 보는 것 보다는 더 선명하고 그 이상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플라이아데스 성단이나 오리온자리의 대 삼성 속의 소 삼성을 관찰하며 은근히 자랑스러웠다. 토성 띠는 말할 것 없지만 겨울 새벽녘에 목성과 띠 속의 대 적점을 볼 때 정말 환상적이었다. 참고로 지구의 자전 때문에 아이피스 속의 광경이 빨리 사라져서 적도의가 없으면 관찰이 힘들다.(적도의: 지구의 자전속도에 맞춰 망원경도 똑같이 움직이게 해주는 장치) 이오, 유로파, 갈리스토, 가니메데의 위성이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각기 위치가 바뀌는 게 경이로울 뿐이었다.

때론 사자자리에서 유성우가 쏟아진다는 뉴스를 듣고 자다가 일어나 옥상에 올라가기도 했지만 간혹 떨어지는 별동별은 관찰했지만 비처럼 쏟아지는 것은 목격하지 못하고 추위에 떨기만한 기억뿐이다. 그러한 관찰을 하며 이 광활한 우주 속의 티끌 같은 지구에 살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창문을 통해 꿈과 희망을 키워가며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설계해 보기도 했다.

세계 곳곳에서 간간히 쏘아 올리는 인공위성과 우주선을 보며 나만의 상상을 이어나갔다. 특히 달을 정복하고 개척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현대에 와서 더욱 불붙은 것 같다. 슈퍼 문처럼 크게 보일 때는 쌍안경으로도 잘 보이지만 천체망원경으로 보면 달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분화구들이 고요 속에 숨을 멈춘 듯 왠지 사막에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인 없는 넓은 달에 땅 팔아먹은 미국 부동산 중개업자가 주위의 이목을 끌며 실제 영업행위를 한 사람들 보면 우습기도 하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틸버그나 전직 조지 부시 대통령도 달 부동산을 취득했다고 한다.

그 당시만 해도 달은 공전과 자전 주기가 같아서 우리는 앞면만 보고 뒷면을 볼 수 없어 궁금했는데 개인적인 관심 때문에 뒷모습을 먼저 볼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우주강국이 되기 위해 많은 나라에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곧 동참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에 기대가 된다. 최근 중국과 인도에서 달 뒷면에 우주선 착륙에 성공해 탐사하고 있다고 하니 많은 궁금증을 풀어 주리라 기대했는데 밤 기온이 너무 혹한이라 기계들이 작동을 멈춰 더 이상 탐사활동은 되지 않으나 새로운 많은 정보를 주고 영원한 동면에 빠져들어 아쉽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달 탐사 로켓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우주강국이 되어 달의 무한한 희귀광물을 연구개발 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가 발사된 지 수십 년이 지나 성간 우주 너머까지 벗어나 영원히 사라지게 될 운명에 놓이게 되었지만 태양계보다 큰 무수한 은하를 상상하며 시공을 초월하는 세상을 꿈꾸게 된다.

꿈과 상상이 현실이 되었듯이 그보다 더 넓게 상상한다면 블랙홀의 존재로 시공간이 압축되어 수십 년 거리를 몇 시간에 이동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봤듯이 시간으로의 여행 정말 해보고 싶고 가능할 수 있다. 당장 현재 유럽이나 미국 가는데 12시간가량 걸리던 게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한 두 시간에 가능한 시대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는 없다

사물을 본 순간 시간은 흘러갔고

이미 과거 속에 살고 있다

조금 전 얼마 전 몇 년 전...

오랠수록 기억 속에 사라져

과거 속에 살고 있는 우리

과거를 먹으며 미래를 산다

과거 현재 미래가 접점 그리며

현재 같은 과거를 산다

무한대 우주 속의 태양계

티끌만 한 곳에서 아웅다웅 살고 있다

빛보다 빠른 역사의 시간

과거를 현재인양 착각하며 살고 있다

현재는 없다

미래라 생각하는 머나 먼 과거는

이미 우리영역이 아니다

수억 년의 미래도 이미 과거니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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