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만 타고 도심 비행… 긴장 사라지자, 풍경 ‘쫙’ [밀착취재]

2025-07-08

中 도심항공교통 업체 ‘이항’

무인 전기수직이착륙기 타보니

조종석은 없이 승객 좌석 2개

中 정부서 인증…상업비행 실증

지난달 印尼서 시험비행 나서

드론택시 시장 글로벌 확장세

헬기와 달리 16개 프로펠러 분산 작동

소음방지 헤드폰 안 써도 큰 무리 없어

비상버튼 위치만 숙지… 준비절차 간단

배터리 완충 땐 21분간 최장 35㎞ 비행

1회 충전비용 4만원… 유지비 매우 저렴

아직은 ‘동일한 장소 이착륙’ 운항 조건

실질적 여객 서비스 제공하기는 어려워

지난 2일 이른바 ‘드론택시’로 불리는 무인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시승을 위해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도심항공교통(UAM) 업체 이항(EHang) 본사를 찾았다. 잔디밭 위 파란 착륙 패드에 얹힌 흰색 eVTOL EH216-S는 ‘2인승, 16개 프로펠러’라는 이름(EH216)처럼 8쌍의 회전날개로 비행을 준비 중이었다.

실내는 생각보다 간소했다. 탑승자 전용 좌석 두 개가 나란히 놓였고 앞쪽 중앙에는 두 개의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조종석은 없었다. 물론 조종사도, 안전요원도 없었다.

기체에 오르기 전 짧은 안전교육이 진행됐다. 탑승자가 해야 할 일은 단순했다.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만일을 대비해 비상 버튼 위치를 숙지하는 것. 혹시 버튼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기체 안쪽에는 비상 연락처도 적혀 있었다. 안내는 간결했고 준비 역시 간단했지만 문제는 마음이었다.

문이 닫히자 기자를 태운 기체는 곧바로 이륙을 준비했다. 16개의 프로펠러가 동시에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기체에 진동이 느껴졌다. 상공으로 수직 상승하는 동안 마치 롤러코스터가 첫 구간을 오르는 것 같은 긴장이 온몸을 감쌌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유명 방송인이 탑승 체험을 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상용화되지 않은 비행체에 혼자 올라탄 채 하늘로 향하는 순간 ‘그나 나나 목숨은 하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이항 관계자는 “헬기는 보통 1~2개의 프로펠러만 작동하기 때문에 고장 시 위험하지만, EH216은 16개가 분산되어 있어 일부 프로펠러에 고장이 발생해도 치명적인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하늘에 떠오를 때는 그 설명이 불안감을 지워주지 못했다.

약 50m 상공에 도달한 뒤 기체는 방향을 틀어 정해진 루트를 따라 광저우 시내 강변 상공을 천천히 회전했다. 그제야 마음이 안정되면서 도시 풍경이 멀리 시야에 들어왔고, 좌석 앞 디스플레이에는 고도·속도·배터리 잔량 등 정보가 실시간으로 표시돼 화면을 바라보면서 기체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었다.

기체 안의 소음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좌석 앞에 있는 소음방지용 헤드폰을 착용하지 않아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약 5분간의 비행은 금세 끝이 났다. 기체는 처음 이륙했던 자리에 조심스럽게 착지했다. 출발 전의 긴장감은 어느새 사라졌고, 체험 시간이 오히려 짧게 느껴졌다.

지상에 내리자 조금 전의 경험이 지닌 의미가 다가왔다. 단순한 시승이 아니라 미래의 이동수단을 미리 체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론택시’ 분야 앞서나가는 이항

이항은 자율비행 eVTOL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민간 여객 운송용 상업운항인증(OC)을 획득한 기업이다. 지난 3월 중국민용항공총국(민항국)으로부터 인증을 받았으며, 상반기에 EH216-S 기체로 상업 비행을 실증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전기로 구동되는 EH216-S는 높이 1.77m, 폭 5.61m인 소형 항공기로 최고 시속 130㎞까지 날 수 있다. 완전히 충전하면 21분 동안 최장 35㎞까지 비행한다. 배터리 충전 비용으로는 한 번에 30달러(약 4만원)가량이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보통 헬리콥터가 30분 비행하는 데 드는 비용인 3000달러(400만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항 관계자는 “EH216은 조종사가 필요 없고,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유지비가 적게 든다”며 “소음도 (헬리콥터에 비해) 크지 않아 관광사업에 적합한 기체”라고 강조했다.

이항은 지난달 25일 인도네시아 자바섬 서부 반텐주 탕에랑에서 EH216-S의 시험비행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 시험비행은 인도네시아 교통부 항공안전국의 허가를 받고 진행됐으며, 현지 안타라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칼라만탄섬에 조성 중인 새 수도 누산타라에서 2028년부터 드론형 택시를 운항할 계획이다. 앞서 조코 위도도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수도 자카르타의 인구가 폭증하고 침수와 지반 침하 등 문제가 심각해지자 자카르타에서 약 1200㎞ 떨어진 칼리만탄섬 누산타라에 2045년까지 5단계에 걸쳐 새 수도를 건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로 지점과 지점을 연결하는 ‘드론택시’를 안착시키기까지는 한계도 뚜렷하다. 현재 중국 민항국 인증을 받은 EH216-S는 반드시 이륙한 장소로 다시 착륙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아직 드론택시로 실질적인 여객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또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함께 지역별 운항 인프라 정비, 추가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등이 과제로 꼽히며 일반 이용객이 가질 수 있는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극복해야 한다.

◆中 정부도 저고도 경제 육성 앞장

중국 정부는 eVTOL을 통한 UAM, 드론 등 ‘저고도 경제’ 활성화를 강력 지원하며 미래 먹거리 선점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업무보고에 올해 집중 육성할 미래 신흥 산업으로 저고도 경제를 처음으로 포함시키기도 했다.

저고도 경제는 고도 1000m 이하의 상공을 비행하는 eVTOL이나 드론 등과 관련한 산업을 통칭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2009년 중국민용항공대학이 저고도 경제 개념을 처음 제안했으며, ‘경제’라는 단어를 접목해 도심 내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과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적 경제 모델임을 강조했다. 중국 민항국은 중국의 저고도 경제 규모가 2023년 5000억위안(약 95조원)에서 2030년에는 2조위안(약 381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세계 드론 산업에서 후발주자지만 민간 드론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 중으로, 주로 군사용이던 드론 사용 범위를 군·정부·민간 협업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eVTOL의 경우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 50%를 점유하며 그 뒤를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이 잇고 있지만 중국의 생산량은 2위인 미국보다 약 3배 많은 상황이다. 중국 팡정증권은 2035년 eVTOL이 주도하는 중국 내 도시 간 운송 시장이 3447억위안(65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광저우=글·사진 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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