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심위 명단 공개, 국민 신체 및 재산 보호 등에 지장 초래하지 않아"
"심의절차의 투명성 등 공익 차원서 필요…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 아냐"
경찰이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수사 적정성을 따지는 수사심의위원회 명단을 알 권리 보장과 공익 차원에서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A씨가 최근 강원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에 위법 등 특정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제도다.
A씨는 지난 2022년 4월 자신이 고소한 사건 처리 과정에서 수심위가 소집되자 강원경찰청에 '경찰 수심위 명단' 및 '심의 결과서'를 공개해달라고 청구했다.
강원경찰청은 A씨의 청구에 대해 "수심위 관련 자료가 공개될 경우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다.
이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경찰이 수심위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수심위 명단이 공개될 경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 보호, 업무의 공정한 수행 등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경찰의 정보공개를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명단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심의절차의 투명성 등 공익 차원에서 필요하며 이는 외부위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며 "수심위 명단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을 확정했다.
이는 수사기관의 수심위 명단 공개에 대한 첫 대법원 판단이다. 다만 심리불속행 기각은 대법원이 하급심 판단을 심리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에 판례로 인정되진 않는다.
대법원 판단이 나옴에 따라 수사기관에서 소집하는 수심위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과 경찰 등에서 열리는 수심위는 결과만 공개하고, 위원 명단과 회의록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 수심위와 경찰 수심위는 운영 근거와 방식이 달라 이번 판결을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