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론직설] “공정한 국정운영으로 신뢰 회복하고 규제 혁파해 경제 살려야”

2024-11-18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11월 10일)을 지난 가운데 지지율 하락으로 후반기 국정 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들로 민심이 등을 돌렸고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몽니로 윤석열 정부의 중점 정책들은 발목이 잡혔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중앙회 회장은 18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윤 대통령은 자유권을 대폭 확대해 개인이 역량을 맘껏 발휘하도록 돕고 시장경제를 성장시키려는 국정 철학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진보 정권에서 모두 핵심 직책을 맡았던 김 회장은 “윤석열 정부는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며 “그 결과로 큰 그림의 국가 어젠다보다는 지엽·말단적 쟁점과 정치 갈등에 국민 관심이 쏠리고 국론이 분열돼 국정 동력 저하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김 여사 문제를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해 공정과 상식·정의 등의 원칙으로 접근해 오해와 억측을 풀고 시장·교육·노동 분야 등의 획일적 국가 규제를 해소해 경제를 살려야 지지율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제언했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임기 반환점을 지났다. 그간의 국정 운영 성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잘한 부분도 있고 미흡한 부분도 있다. 특히 전통적 한미일 협력 관계 복원을 비롯해 외교 부문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반면 경제와 민생 회복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윤 대통령이 가진 철학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고 소통하는 측면에서도 부족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무엇이라고 이해하는가.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국정 철학으로 삼았다. 특히 자유주의 가치에 대해 확고한 그림을 갖고 있었다. 국가적 통제와 규제를 최소화하고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면서 시장을 활성화해 경제 혁신을 이루려 했다. 또 지방분권으로 지역사회 공동체를 되살리려 했다. 그런데 정작 여당과 정부조차도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철학을 그저 그런 수사 정도로 받아들였다. 당연히 그 실행을 위한 실천적 고민도 약했다. 결국 대통령이 혼자 외치는 형국이 됐고, 그러면 그럴수록 정부와 여당은 점점 더 수동적이 됐다.

-그러면 정부·여당만의 잘못인가.

△자유주의가 발전하려면 공정과 상식·정의의 원칙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윤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카르텔을 혁파하려 한 것은 좋았다. 하지만 김 여사 문제 등이 터져나오고 야당이 이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면서 윤 대통령의 공정 가치가 힘을 잃어갔다. 자유주의 동력도 그만큼 떨어지게 됐다.

-근래에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0% 아래로 크게 떨어졌다가 약간 반등했다.

△최근에는 명태균 씨 사건과 김 여사 관련 논란 등이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었지만 그 틈을 탄 야당의 국론 분열 전략이 성공을 거둔 측면도 있다. 또 다른 측면은 다름 아닌 경제 문제이다. 요즘 청년들은 자산 투자에 적극적이다. 근로소득만으로는 미래를 꿈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내놓아도 국내 증시는 동력을 잃었다. 대출 받아 집을 샀더니 주택 시장이 여전히 불안하다. 이러니 청년들은 미래를 위협받는다고 느끼는 것이다. 경제정책을 제대로 수립하고 집행해 산업 혁신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 주식 투자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후반기에 역점을 둬야 할 최우선 국정 목표와 정책 어젠다는 무엇인가.

△우선 자유주의 국정 철학을 재확인해줘야 한다. 국민 각자가 가진 역량과 역동성이 살아나도록 국가가 획일적 통제를 풀어가야 한다. 가령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주52시간 근로제가 개인과 기업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연구개발(R&D) 활동을 옥죄고 있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 연구하고 싶어도 현실에 맞지 않는 근로시간 규제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배임죄 적용도 지나치다. 기업인의 경영상 판단을 놓고 툭하면 검사 앞에서 해명해야 하는데 혁신 경영을 펼 수 있겠나. 문화와 교육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교육부 중심의 획일적 교육 체제인가.

-그러면 국가는 무엇을 하는 게 바람직한가.

△국가는 민간보다 잘할 수 있는 인프라 확충, 복지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통신 속도가 세계 경쟁에서 점차 밀리고 있는데 이런 점을 개선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건립에 맞춰 전력 공급을 충분히 해줘야 한다. 그리고 내수 부진으로 지난해 자영업자 100만 명이 가게 문을 닫았는데 이런 사람들도 정부가 챙겨야 한다.

-정부가 중점을 둬야 할 또 다른 어젠다는.

△인사의 철학과 원칙을 분명히 밝히고 투명하게 인선 절차를 진행해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현 정부의 인사 속도는 심각하게 느리다. 이미 어느 자리에 누가 내정됐다고 소문이 다 났는데도 실제 발표가 미뤄지고 몇 달 동안 지연되다가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인선이 이뤄지는 경우도 벌어진다. 떨어진 사람은 경쟁자 뒤에 ‘백’이 있어서 자신이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여러 가지 국민적 오해와 억측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려면 시스템 인사로 신뢰를 찾아야 한다. 윤 대통령이 국정 철학과 인선 원칙을 명확히 하고 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인재들을 발굴해 공정하고 엄정한 기준으로 투명한 절차를 거쳐 적재적소에 앉혀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대통령과 영부인에 대한 오해와 억측 가운데 절반은 줄일 수 있고 소위 비선 라인에 대한 시비도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이 대표는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고 하고 같은 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미친 판결”이라고 한다.

△이 대표가 개인 입장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발 물러나 생각해보라. 이 대표와 그의 열렬한 지지자들만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지 대부분의 국민들, 심지어 진보 진영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이번에 유죄판결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번 판결이 국민 상식에서 어긋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가 끼리끼리 모이는 지나친 팬덤 정치다. 그러다 보니 자기들끼리 상식을 벗어난 판단을 하고도 그것이 마치 정상적인 것처럼 생각하고 주장하는 측면이 있다. 여야 모두 자기들의 일방적 주장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상식선에서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민주당 인사들이 임기를 절반가량 남긴 대통령을 상대로 탄핵, 임기 단축 개헌 등을 거론하고 있는데.

△이제는 무분별한 탄핵 주장을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야당이 과거 탄핵을 해봤지만 문재인 정부가 집권해서 대한민국이 날개를 달았나. 국론 분열만 깊어졌다. 민주당이 국정을 그렇게 잘했다고 주장한다면 재집권은 왜 못했는가.

-요즘 여당의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여당의 자생력이 크게 떨어졌다. 그간 국민의힘의 당 대표를 누가 했는지 보라.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보면 홍준표 전 대표에 이어 저를 비롯해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한동훈 대표 등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들이 대부분 당 대표를 맡았다. 중간에 당내 인사였던 이준석 전 대표가 있었지만 이 또한 30대의 파격이라는 점에서 기존 리더십에 대한 부정이라 볼 수 있다. 심지어 대통령 후보까지 외부에서 영입하지 않았나. 이것은 여당이 스스로 정치 지도자를 길러내지 못할 만큼 허약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 대표는 어떻게 당의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가.

△자신만의 정치철학과 큰 그림의 비전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누구든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면 자신의 정치철학과 원칙·비전을 밝히고 국민적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과정 없이 그저 기존 지도자와 자신을 차별화하는 이미지를 보이는 것 정도로는 새 리더로 인정받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하게 됐다. 1기 때보다 더 독해진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되는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 원칙하에서 손익계산을 확실히 하려 할 것이다. 게다가 비즈니스맨 출신이다. 그만큼 의사 결정 원칙과 투명성이 높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도 나름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만큼 한미 양국에 서로 이익이 되는 부분을 찾을 수 있고 또 이를 우리 경제와 산업구조 혁신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최근 임기 후반기 국정 화두로 ‘양극화 타개’를 꺼냈다.

△저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시장에서는 ‘작은 정부’, 복지에서는 ‘큰 정부’가 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가 ‘있어야 할 곳’은 사회 안전망인데 그곳에서는 정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 반면 국가가 ‘없어야 할 곳’은 시장의 영역인데 거기에서는 정부의 입김이 세다.

◆He is…

1954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대구상업고, 영남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외국어대와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각각 정치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를 지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정책실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이어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전국경제인연합 회장 직무대행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중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