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더 강해져 돌아온 트럼프, 우리는 준비돼 있는가

2024-11-17

“그러나 그는 뛰어난 사업가입니다(But he is a good businessman).”

기자는 2018년 미국 미주리주립대에서 저널리즘 연수 과정을 밟았다. 당시 미국의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미국인들의 평가가 궁금했다. 한국인의 관점에서 트럼프는 ‘신기한 미국 대통령’이었다. 미국의 ‘건국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적 도덕과 헌법의 가치를 강조하며 ‘경찰국가’의 역할을 사명처럼 수행했던 과거의 대통령들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만난 여러 교수들, 옆집에 살던 여성 간호사, 앞집에 살던 흑인 노동자, 기자가 렌트했던 집의 주인아저씨까지.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교육 수준, 성별, 경제력 차이, 출신 지역 등에 따라 ‘But’ 앞에 붙이는 비판 수위는 차이가 났지만 결국 그가 ‘뛰어난 사업가’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는 대규모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산 제품에 강력한 관세를 부과해 ‘주요 2개국(G2) 신냉전’의 방아쇠를 당겼다. 한국을 포함해 유럽 등이 부담하는 방위비를 늘리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압박했다. 과테말라·온두라스 등 중미 국가 사람들이 미국 입국을 위해 멕시코 국경 지대로 이동하는 행렬인 카라반(Caravan)에 대해 “갱 조직원들이 섞여 있다. 미국에 대한 침략이다. 우리 군대가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하며 장벽을 쌓기도 했다.

그 어떤 가치보다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제일 앞에 두고 있었다. 이 같은 국정 기조에 대해 현지 일부 언론이나 정치인들은 “부끄럽다”며 공격하기도 했지만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미국인의 팍팍한 삶은 과거 미국 정부의 애먼 오지랖과 경제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캠페인이 더 강한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트럼프가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더 강해져서 말이다. ‘트럼프 1기’ 탄생의 주역이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이번 대선에서도 정확하게 표심을 공략해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트럼프 1기 때 온갖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했던 친공화당 성향의 연방대법관 3명은 여전히 건재하다. 연방대법관 9명은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구성돼 보수가 절대 우위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미국 상·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모두 승리했다. 트럼프 2기가 행정·사법·입법 3권을 모두 장악했다는 분석도 무리는 아니다.

업그레이드된 트럼프 2기의 영향권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혈맹’이지만 비즈니스에서는 냉혹했다. 우리는 트럼프 1기 때 이미 경험했다. 특히 트럼프 2기에서 경제 분야는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당장 자동차·반도체·배터리 등 한국의 핵심 산업들은 보조금 철폐, 관세 부과 위기에 놓여 있다. 금융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강달러 기조에 원·달러 환율은 단숨에 1400원을 넘어섰고 국내 증시는 지난주 패닉 상태에 빠졌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수입물가가 상승해 최근 안정 추세를 보였던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이제 겨우 한 차례 소폭 인하한 기준금리의 추가 하락도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됐던 ‘고환율·고물가·고금리’가 새로운 이유로 다시 이어지는 ‘신3고’가 회색코뿔소처럼 우리 앞에 서 있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가 백척간두에 섰다. 우리는 준비돼 있는가. 국정을 책임지는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취임 후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과의 진정성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 문제가 불거졌다. 바로 ‘골프 연습 논란’이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의 골프 외교를 위한 연습”이라는 해명에는 헛웃음이 나온다. 세계 최고의 사업가이자 가장 힘센 국가의 대통령을 상대로 하는 외교 준비가 고작 골프 연습이란 말인가. 필요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아쉽다. 그 시간에 차라리 경제 공부를 한 줄이라도 더 하고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대응 전략을 짜는 게 더 시급하지 않을까.

윤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 위에는 현 미국 대통령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선물한 명패가 놓여 있다. 지난 대국민 사과 담화 때도 이 명패를 앞에 세워 놓았다. 명패에 새겨진 글의 뜻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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