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 아일랜드 컬렉터이자 사진가, 그리고 ‘휴간북스’ 오너로 활동 중인 심재를 만났다. 스트리트 패션과 힙합 문화에 대한 애정으로 자신만의 취향을 확립한 심재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도서관에서 희귀한 책을 발견하듯 그가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들을 한 편의 이야기처럼 모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스톤 아일랜드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하던 심재의 눈은 유독 빛났다. 그는 스톤 아일랜드의 역사와 가치를 알아보고 브랜드의 상징성을 이해하는 컬렉터로 인정받아, 아시아 최초로 스톤 아일랜드 아카이브 북 ‘Stone Island: Storia’에 등재되는 영광을 차지했다.
잡지, 피규어, 등 수많은 아이템이 즐비한 작업 공간 또한 스트리트 문화를 사랑하는 취향이 가득 묻어났다. 휴간북스를 통해 잊혀진 종이 매체와 아날로그적 가치를 되살리며 독특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그에게는 이곳이 곧 자신의 세계이자 열정의 성지일 것이다. 그가 스톤 아일랜드를 이토록 사랑하는 이유부터 사진가로서의 여정, 그리고 그가 이루고자 하는 커뮤니티와 미래의 목표까지. 심재와 함께한 인터뷰 전문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확고한 취향과 계기>
98년생 심재가 ‘취향’을 가지게 된 시기는 언제인가요? 지금 완성형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취향은 10대 시절부터 항상 존재해 왔던 것 같아요. 빈지노 라이브 공연을 갈 때 슈프림 티셔츠와 칼하트 바지를 입었던 기억, 빈티지 서적과 옷을 탐닉하며 발란사에서 빈티지 미군 안경과 청바지를 처음 샀을 때의 설렘그때의 긴장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네요.
이후 서울에서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소통하며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됐고, 함께 단체 전시와 프로젝트 촬영을 하며 취향이 단순히 개인적 영역을 넘어선다는 것도 깨달았죠. 지금은 소유한 물건으로 취향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합니다.시간이 지나면 내면과 말투로도 제 취향을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죠.
사진가이자 휴간북스 오너로서 어떤 목표와 과정에 집중하고 있나요?
사진가이자 휴간북스 오너로서 나만의 창작물과 문화적 가치를 전하는 것이 최종 목표예요. 특히 필름 카메라 작업을 통해 아날로그의 깊이를 느끼려고 하는데, 과정이 순탄하진 않지만 그만큼 만족감이 큰 것 같아요. 필름 작업의 매력은 결과물뿐 아니라 그 과정의 모든 순간에 스며든다고 생각하거든요.
휴간북스는 제가 소장하고 애정하는 종이 잡지의 문화를 나누고, 이를 통해 문화적 커뮤니티 형성을 목표로 해요. ‘휴간’이라는 이름은 현재 휴간 중인 과거 매체들을 다시 조명하고자 하는 뜻을 담고 있어요. 다가오는 11월 27일에는 스톤 아일랜드와 함께 종이 잡지를 발간하고, 내년 봄에는 충무로에 새로운 휴간북스 스토어를 열어 많은 이들이 제 컬렉션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에요.
사진가로서 스트리트 씬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와 첫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사진가의 경력은 21살 때 서울로 상경한 이후 발란사와 웝트샵 등에서 다양한 스트리트 행사를 촬영하며 시작됐어요. ‘발란사’ 디렉터 김지훈 형을 통해 ‘사운즈샵 x 발란사’ 룩북 촬영을 하게 됐고, 이후 반스, 산산기어, 컨버스 등 패션 브랜드와 협업할 기회가 생겼죠. 첫 종이 잡지 촬영으로는 <비슬라 매거진>과 ‘NEW’라는 주제로 에디토리얼 촬영을 진행했어요.
<스톤 아일랜드에 매료된 심재>
스톤 아일랜드 아카이브 북 ‘Stone Island: Storia’에 실렸는데 기분은 어때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감동 받았어요. 이 책은 저에게 있어 유독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거든요. 스톤 아일랜드는 1982년부터 시작된 40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브랜드인데, 그 긴 역사 속 한 페이지에 제가 함께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감격스러워요.
스톤 아일랜드와 심재님의 관계가 돈독한 것은 본인의 인스타그램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이 브랜드의 어떤 점에 매료됐나요?
2023년 9월 성수동 아카이브 전시에서의 인연이 시작이었어요. 지난 7년간 컬렉터가 되겠다는 목적보다는 각 아이템의 역사와 가치를 느끼며 소중히 모아왔거든요. 이후 밀라노 남성 패션위크에 초청 받아받아 전 세계 커뮤니티에서 선정된 네 명 중 한 명으로 라바리노를 방문하는 꿈같은 경험을 했어요. 스톤 아일랜드는 단순한 패션을 넘어 문화와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브랜드예요.
첫 번째 스톤 아일랜드 아이템은 무엇이었나요?
첫 번째 스톤 아일랜드 아이템은 SS2016 1FC01 Tinto Fissato 셔츠예요. 저는 창원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그 시절 서울 여행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거든요. 서울에 가기 전에 친구들보다 가장 멋진 옷을 입고 싶어서 이 아이템을 위시리스트에 올려뒀는데, 어머니께서 여행 기념으로 선물해 주셨어요.
작업실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스톤 아일랜드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아이템이 많은데요. 이 아이템들을 구매할때 어떤 것을 가장 눈여겨보나요?
충무로에 위치한 제 작업실은 사진 편집과 수집품을 보관하는 공간이에요. 필름 현상소가 있어 자주 방문하다 보니 정이 들어 작업실을 이곳에 마련하게 됐어요. 좋아하는 잡지들을 모으다 보니 5단 선반 다섯 개가 넘게 채워졌는데, 항상 공간이 부족하네요 (웃음). 이외에도 피규어나 바이닐 같은 다양한 수집품들을 모으고 있어요.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을 가치라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눈길이 가는 브랜드가 있나요?
최근 가장 눈길이 가는 브랜드는 한국의 크래프트 컬렉티브 ‘QH’에요. 도자기, 금속, 3D 프린팅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공예의 독창성을 표현하는 브랜드죠. 공장에서 찍어낸 것이 아닌, 정성스레 제작된 과정에 깊은 감동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들의 작품을 보면서 진정한 독창성의 의미를 깨달았고, 특히 도자기 제품들을 통해 제가 직접 컬렉팅하고 싶다라는 매력을 받았어요.
앞으로의 목표는요?
휴간북스와 사진가, 스톤 아일랜드 컬렉터로서 성장하며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은 작업을 이어가고 싶어요. 특히 휴간북스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할 예정이에요. 한국 문화와 서브컬처를 탐구하고, 스톤 아일랜드의 아카이브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수집해 컬렉션을 예술적 가치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예요.
<심재의 ‘에센셜’ 아이템>
스톤 아일랜드 TELA STELLA SS ‘982
스톤 아일랜드를 수집하는 저에게 이 첫 컬렉션 제품은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주로 2000년대 초반과 90년대 제품을 모으는데, 1980년대 첫 컬렉션 제품은 제 컬렉팅을 시작하게된 시작을 상징하는 소중한 아이템이에요. 군용 트럭 방수포의 기술적, 기능적 특성을 연구해 탄생한 제품인데, 이 제품은 양면에 특수 색소 수지를 발라 대비되는 색감을 구현한 면 캔버스 소재로 제작되고, 완성 후 효소 세척 과정을 거쳐 색이 바래고 소재가 부드러워졌어요.
스톤 아일랜드 비니
진짜 제 ‘최애’ 아이템이에요. ‘화이트 메쉬 와펜’을 교체해 여러 촬영과 인터뷰에서 착용하기도 했어요. 2012년에 출시된 Stone Beanie는 스톤 아일랜드의 상징적인 와펜이 부착된 희귀 제품이죠. 2012년 이후로는 와펜이 부착된 제품이 나오지 않아 더욱 가치가 높아요. 스톤 아일랜드의 옛날 제품은 현행 제품보다 직접 제작된 느낌이 강해요. 소재와 짜임새에 특히 신경 쓴 것이 느껴져요.
마샬 x 파타 블루투스 스피커
뉴욕에서 열린 마샬과 파타의 콜라보 제품 런칭 행사에 초청받아, 마샬 본사로부터 특별한 스피커를 선물 받았어요. 현지 행사에서는 마샬이 사운드 시스템과 앰프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었고, 한국과는 다른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의 열정을 체험할 수 있었어요. 특히 DJ의 퍼포먼스와 공간의 사운드 배치가 한국과는 확연히 달라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스톤 아일랜드 ‘Stone Island: Storia’ 아카이브 북
11월 6일 재출간되는 ‘Stone Island: Storia’에 전 세계 커뮤니티 컬렉터 네 명 중 한 명으로 참여하게 되어 무척 기뻤어요. 작년 성수동 행사에서도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이 책에 사인을 받을 만큼 소중히 여겼거든요. 뉴욕 방문 중이었던 저는 독일 사진가와 한국에서 촬영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했고, 기적적으로 뉴욕에서도 컬렉션 촬영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스톤 아일랜드 텀블러
스톤 아일랜드 코리아에서 선물받은 이 텀블러는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보온병이에요. 차갑게 두면 형광색으로 변하고, 손으로 만지면 손자국이 남아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해요. 휴간 북스와 협업한 팝업 행사에서도 소품으로 자주 활용해요.
그릴즈
에이셉 라키, 리한나, 릴 우지 버트 등 아티스트이 즐겨 찾는 일본 도쿄에 있는 제작소에서 주문한 14k 골드 제품이에요. 제 친구인 오카모토 레이지의 소개 덕분에 3~6개월 대기 시간을 줄이고 현장에서 바로 제작할 수 있었어요. 핑크색 하트를 포인트로 넣어 제 개성을 잘 드러내는 아이템이에요.
스톤 아일랜드에서 온 편지
뉴욕 아티스트와 협업한 스톤 아일랜드의 토트백을 선물받으며 함께 받은 편지예요. 올해 초 밀라노 초청 방문에서 유럽의 느긋한 문화와 브랜드의 진정성을 느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편지에는 커뮤니티와 패밀리 정신을 중시하는 스톤 아일랜드의 마음이 담겨 있어, 토트백보다도 더 큰 감동을 주는 소중한 선물로 다가왔어요.
포터 x 스톤 아일랜드 가방
2015년 출시된 포터와 스톤 아일랜드의 콜라보 브리프케이스로, A4 사이즈 사진과 필름을 보관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고 있어요. 일본 만화가 친구 준 이나가와가 제 작업실에 방문했을 때 가방 앞뒤에 시그니처 캐릭터를 그려줘 더욱 의미 있는 아이템이 되었어요.
에르메스 향수
저는 다름 사람들만큼 패션 필수품은 없는 편인데, 향수는 꼭 뿌려요. 사실 제가 소녀시대 태연 팬이거든요(웃음). 소녀시대 태연이 ‘마이 에센셜’을 통해 이 제품을 추천했던 적이 있어서 그때 구매했어요. 벌써 두 병째 사용 중이에요.
QH 세라믹과 키링, 금 목걸이 2개
저는 QH 브랜드가 한국 브랜드 중 가장 멋있다고 생각해요. 자동차와 그릇을 세라믹으로 만든 제품을 소장하고 있어요. 이 브랜드의 키링은 직접 금속을 다루는 장인이 은으로 만든 것으로, 무게감과 퀄리티가 뛰어거든요. 금 목걸이는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명품이라 생각해서 구매했어요. 자식이 생기면 물려줄 수 있는 안전 자산으로 간직하고 있어요.
스톤 아일랜드 오르트립 가방
2011년에 출시된 이 가방은 더 이상 생산되지 않아 더욱 희소가치가 높아요. 튼튼한 PVC 소재로 제작되어서 거친 환경에서도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습니다. 저는 주로 여행이나 촬영할 때 많이 들고 다녀요.
폴라로이드 사진들
11월 27일 출간될 <비슬라 매거진>의 커버 촬영을 위해 개별 폴라로이드 사진을 촬영했어요. 아티스트 팀, 타투이스트, 모델, 뮤지션 등 다양한 팀과 협업해서 다채로운 콜라주를 통해 잡지 커버를 완성할 예정이에요.
와펜들
스톤 아일랜드 제품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기 위해 수집한 와펜을 한데 모아 진열하고 있어요. 캐리어형 철제 케이스는 칼하트에서 선물 받은 특별한 케이스예요.
검모 초판 비디오
비디오 플레이어를 소장 중이지만, 실제로는 파일로 감상하고 있어요. 예전 비디오 테이프나 카세트 테이프 같은 물리 매체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소장 중이에요.
콘탁스 T3 카메라 & 후지필름 GA645 줌 필름 카메라
20대 초반 우원재 형과의 인연으로 시작된 카메라 기종이였는데, 그때 당시 제가 카메라가 없어서 원재 형의 카메라를 빌려서 사용했거든요. 매번 그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포토그래퍼로서 마음이 굉장히 불편하더라고요. 그 다음 어느정도 돈을 모아서 블랙 색상으로 구매했어요. 절대 이 카메라를 팔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제 이름을 각인으로 새겼죠. 뜨거운 마음이 담긴 카메라입니다. 후지 GA645는 중형 카메라로, 90년대 나온 필름 카메라 중 마지막 모델이에요. 다양한 촬영 경험을 위해 줌이 되는 렌즈가 장착된 버전을 선택했어요.
손수건
일본 ‘긱 아웃 스토어’의 쵸칸이라는 컬렉터가 만든 손수건으로, 80~90년대 스톤 아일랜드 컬렉션의 열정과 원단 커스텀 디자인이 돋보여요. 도쿄 ‘블루룸’ 편집샵에서 구입해서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