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올 상반기 해외 매출 1963억원, 전년比 18.3% 증가
해외 매출 비중 10.8%로 5년 내 최고…연중 11% 돌파 기대
글로벌 공략 역점…현지 생산 확대 및 할랄 등 신시장 개척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오뚜기가 올 상반기 미국·베트남 지역 성장세를 바탕으로 해외 사업 비중을 확대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해외 매출 비중을 기록하면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던 사업 무게중심 이동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8일 오뚜기에 따르면 이 회사의 상반기 해외 매출은 1963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3% 증가했다. 국내를 웃도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10.8%로 1.3%포인트 늘었다.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로, 하반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해외 매출 비중이 11%를 넘어설 전망이다.
해외 실적을 견인한 것은 미국·베트남 등 핵심 지역이었다. 특히 올 상반기 미국 법인 매출은 전년대비 22.6% 증가하며 지난해의 감소세를 뒤집었다. 상반기 베트남 법인 매출도 전년대비 14.9% 기록하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했다. 두 법인은 오뚜기 해외 매출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오뚜기 관계자는 “상반기 영업 이익 면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점진적으로 해외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미국 내 주요 유통망 공급 확대, 베트남 현지 생산 및 판매 등 미국·베트남 법인을 중심으로 해외 매출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지난 1988년 미주 지역에 카레·라면 수출을 시작으로 일찌감치 해외 진출에 나섰지만, 여전히 매출 대부분을 국내 시장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높은 내수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오뚜기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핵심 과제로 삼아 왔다. 지난 2021년 선임된 황성만 대표 역시 줄곧 글로벌을 강조하며 미국과 베트남 법인을 중심으로 해외 매출 확대를 추진했다.
실제로 오뚜기 해외 매출은 2020년 2596억 원에서 지난해 3539억 원으로 매년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오뚜기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내내 10% 수준을 넘지 못했다. 해외 매출이 변덕스러운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국내 매출 성장세를 웃돌지 못한 탓이다. 이 때문에 오뚜기의 사업 무게중심도 국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뚜기는 2023년 11월 기존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시키면서 해외 시장 공략에 고삐를 당겼다. LG전자에서 BS유럽사업담당 등을 역임한 해외 사업 전문가 김경호 부사장을 사령탑으로 맞는 등 외부 인재까지 수혈했다. 현재 해외 법인이 설립된 미국, 베트남, 중국, 뉴질랜드 지역을 중심으로 입지를 다지고, 향후 유럽, 중동까지 시장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오뚜기는 오는 2030년 해외 매출 1조1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매년 20%를 웃도는 성장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영업과 제조 역량을 모두 갖춘 베트남 법인은 2024년 말 현지 공장에서 무이(MUI)할랄 인증을 받았으며, 올해는 할랄 라면의 본격적인 생산과 수출을 시작한다.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동남아 및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 식품 시장 약 20%를 차지하는 인구 20억 할랄 시장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도 현지 생산 기반을 확립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2023년 8월 미국에 생산법인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를 출범하고,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생산 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인허가 등 절차를 마친 상태다. 오뚜기는 미국 현지에서 라면뿐 아니라 소스, 간편식 등 다양한 품목 생산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마케팅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외 소비자들이 쉽게 발음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브랜드 영문 표기까지 기존 ‘OTTOGI’에서 ‘OTOKI’로 변경했다. 대표 수출품인 진라면의 제품 브랜드 ‘Jin’을 알리기 위해 방탄소년단(BTS) 진과 손잡고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하고, 국내외 식품 전시회에서 진 캠페인 관련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미국발 관세는 오뚜기의 '해외 드라이브'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오뚜기 핵심 시장이지만, 현재 미국 시장 물량은 모두 베트남과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공장이 완공되는 2027년까지는 관세 영향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미주 지역 성장세가 꺾인다면 해외 사업 비중이 다시 정체될 수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구체적인 관세 대응 전략은 아직 방향 수립 단계로,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글로벌 유통벤더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하려고 한다”면서 “현재는 지난 3월 진라면 글로벌 캠페인 발촉 등 미주 공략 초기인 만큼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보다 집중하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