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식 기자 js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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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신분증에 속아… 부모 동석 테이블도 미성년자에 자칫 술 줬다 영업정지 우려
#1. 인천 남동구 한 고깃집 점주 A씨는 지난해 수능이 끝나고 고3 아들과 아빠로 보이는 일행에게서 술 주문을 받았다. 이들이 실제 부자관계인지 확인도 어렵고, 만 19세 미만인 아들이 술을 마실 경우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걱정한 A씨는 술 판매를 거부했다. 그러자 부자는 고기를 굽다가 말고 불같이 화를 낸 뒤 계산도 하지 않은채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A씨는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다 걸리면 결국 책임은 점주가 진다”라며 “수능이 끝나면 청소년은 물론, 부모들도 술을 직접 가르친다고 데리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점주들 생각도 좀 해달라”고 말했다.
#2. 인근 또다른 식당 점주 B씨 역시 수능을 전후로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B씨는 지난해 수능 당일에 형, 언니 등 성인 신분증을 갖고 가게를 찾아와 술을 주문한 고등학생들 때문에 낭패를 볼뻔했다. 다행히 B씨는 술을 판매하기 직전 다시 한번 신분증을 꼼꼼히 검사해 학생들이 신분증 주인이 아님을 확인했다. B씨는 “그날을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수능이 끝나 긴장이 풀려 일탈을 꿈꿀 나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다른 사람이 피해볼 지 모르니 술담배 구입 시도를 자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전후해 시험을 치른 고등학생들이 가짜 신분증을 내밀거나, 부모와 동석해 술을 마시는 경우가 더러 있어 인천지역 번화가 식당 점주들이 긴장하고 있다.
12일 인천시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했다가 행정 처분을 당한 점포 수는 지난 2023년 9월에는 7건, 10월에는 4건으로 감소하다가 수능이 끝나는 11월 15건, 12월 11건으로 증가했다.
청소년보호법 제28조(청소년유해약물등의 판매·대여 등의 금지)는 19세 미만인 고등학교 3학년을 비롯한 청소년에게 술 판매 금지를 명시한다. 이를 어기면 1차 위반은 영업정지 7일, 2차는 1개월, 3차는 2개월의 영업 정지 처분을 받는다.
특히, 부모 자식 사이라 해도 청소년이 동석한 테이블에 술을 내갔다가 청소년이 이를 마실 경우 점주가 처벌 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점주가 주류를 판매할 고의성을 띄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면 행정처분 면제가 가능하지만 점주가 직접 폐쇄회로(CC)TV나 제3자 진술 등으로 청소년 신분증을 확인한 사실을 입증해야만 한다.
일부 점주는 애시당초 청소년과 함께 앉은 테이블에는 술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수능이 끝나 수험생 수고를 위로하는 가족 방문이라 하더라도 점주는 술을 팔 때 주의해야 한다”며 “부모와 동석한 미성년자가 술을 마시고, 이를 누군가 신고하면 점주에게 책임 소재가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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