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흔들리는 부동산 공화국

2025-10-22

추석 연휴 이후 코스피 상승세는 당혹스러울 정도다. 미중 갈등으로 주춤하는 듯했던 국내 증시는 추석 전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 트럼프 관세 위협에 대한 학습효과가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국내 주식시장 강세를 설명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서프라이즈와 함께 국내 요인이 훨씬 컸다.

국내에도 돈은 많았다. 현재 경제 규모 대비 광의통화(M2) 비율은 올해 2분기 기준 168%다. 금융시장의 문제는 돈은 많지만 주식이 아닌 부동산으로만 갔다는 점이다. 이유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1990년대 이후 자산 가격 변동성 대비 수익률을 비교하면 코스피는 부동산보다 부진했다. 강남을 비롯한 부동산 가격은 변동성 대비 수익이 훨씬 좋았다.

1990년대 이후 주가가 부동산보다 추세적으로 우세한 경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반전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10·15 대책 때문에 서울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거래 자체가 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증시는 3차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 과세 등으로 유리하다. 부동산 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자금 이동을 부추길 요인은 내년 기업 실적 기대다. 올해보다 내년 실적 추정치가 큰 폭으로 상향됐다. 영업이익 비중의 27%인 반도체 덕분이다. 반면 반도체 외 산업들의 이익 추정치 개선 조짐은 미미하다. 질주하는 거래소 시장에 비해 코스닥 시장이 부진한 배경이다. 그래도 내년 실적 개선 기대는 유효하다. 반도체가 주도하고 있으나(내년 반도체 영업이익 +51%), 반도체 외 업종들도 두 자릿수 증가가 예상된다. 돈도 많고 실적도 좋다면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제 관건은 방향성보다 산업이다. 반도체 업종이 좋을 것이라는 건 새롭지 않다. 이달 20일 기준 시가총액 비중은 33.6%로, 사상 최고치(34.4%)에 근접했다. 반도체가 유망하나 무한정 비중이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할 산업은 수출주다. 코스피 3400대에 육박하던 지난달 23일 대비 업종별 주가 상승률을 보면 비철, 기계, 반도체, IT가전, 디스플레이 업종이 강했다. 호텔·레저, 유통, 미디어 등 내수 업종은 약했다. 내수주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반증이다. 테크 업종과 함께 공급이 부족할 수 있는 소재·산업재에 기회가 예상된다.

내수주 중에서는 증권주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고객예탁금은 동학개미 운동이 있었던 2021년 고점을 넘어섰다. 예탁금 유입 속도(월 15조 원 증가)는 코로나19 직후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처럼 증시 환경이 좋아진 것에 비해 증권주는 올해 7월보다 활발하지 못하다. 지난달 초 이후 반도체 업종은 54% 올랐지만 증권주 상승은 더뎠다. 벌어진 괴리를 좁힐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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