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5일 “한국의 보유세가 낮은 편은 사실”이라며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는 원활히 하는 방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보유세 부담이 외국보다 낮은 만큼, 집값 안정을 위해 보유세(재산세ㆍ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얘기다. 자산 가치 대비 세 부담을 뜻하는 ‘실효세율’은 낮지만, 경제 규모(GDP) 대비 보유세 등 자산에 대한 세금 부담은 OECD 평균을 이미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고 수준인 취득세 등 거래세를 포함하면 OECD 평균의 2배를 넘어섰다.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주요국과 견줘 낮은 편이 맞다. 21일 민간 비영리 연구단체인 ‘토지+자유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 수준이다. OECD 평균(0.3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한국보다 실효세율이 낮은 곳은 비교 가능 OECD 회원국 30개국 중 독일(0.09%) 등 9개국 뿐이다.

실효세율은 부동산 자산가치 총액에 부동산 세수 총액을 나눠 구한다. 한국의 실효세율이 낮은 건 높은 부동산 자산가치가 한몫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부동산자산 중 주택(주거용 건물 및 부속 토지) 시가총액은 7158조원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의 3배가 넘는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은 보유세가 낮은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다만 경제 규모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집값도 실효세율을 낮추는 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실효세율이 부동산 세 부담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각국마다 토지 포함 여부 등 부동산에 대한 자산가치 총액을 산출하는 방법이 달라서서다. 그래서 부동산세 부담이 얼마나 되는 지 살피 때 실효세율만큼 자주 사용되는 지표는 GDP 대비 세 부담률이다. GDP는 산출 기준이 같아 통계에 대한 왜곡이 적다.
OECD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부동산과 같은 자산에 부과되는 자산세는 GDP 대비 1%로 집계됐다. 23년 기준 통계가 집계된 OECD 36개 회원국(그리스ㆍ호주 제외) 평균(0.91%)보다 오히려 높다. 36개국 중 12번째로 높다. 전체 세금에서 자산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OECD 평균보다 높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자산세는 23년 171억8900만 달러(22조4430억원)으로 전체 세금 중 3.5%를 차지했다. 비교 가능한 회원국 35개국(그리스ㆍ일본ㆍ호주 제외)의 평균인 2.7%보다 높다. 35개국 중 9번째다. 자산세는 문재인 정부출범 때인 2017년 126억6000만 달러에서 2022년 205억2700만 달러까지 불었다.

취득세 같은 자산거래세(transaction taxes)를 포함할 경우 부동산 관련 세금이 GDP 대비 비중은 더 높아진다. 자산거래세의 경우 주식 같은 금융자산 등도 포함되지만 한국은 부동산 관련 세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의 자산거래세는 23년 기준 GDP 대비 1.66%로, 관련 통계가 있는 36개국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0.35%)의 4.7배 수준이다. 이런 보유세와 거래세를 합친 부동산 관련 세 부담은 2.67%로 OECD 평균(1.27%)의 2배 수준이다. 한국보다 이 비중이 높은 곳은 영국(3.43%)과 캐나다(3.02%) 정도다. 주요국보다 높은 상속세나 양도세 등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부동산 관련 세금의 GDP 대비 비중이 급격히 올라간 건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다. 2017년 GDP 대비 0.8%였던 보유세는 공시지가 현실화 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불었던 2021년에는 1.2%까지 올랐다. 거래세도 이 기간 GDP 대비 비중이 1.8%에서 2.6%까지 뛰었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을 잡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와 취득세를 중과한 영향이 컸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보유세뿐 아니라 양도세와 취득세 등의 거래세까지 포함할 경우 한국의 부동산 조세 부담률은 OECD에서도 상위권인 상황”이라며 “보유세를 높이더라도 장기적으로 나눠 높이고 보유세 증가만큼 거래세를 낮춰 거래증가와 전반적인 조세부담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한 ‘미국 보유세 1%’ 주장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23년 기준 미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83%이다. 하지만 미국의 보유세는 주(State), 카운티(County)마다 과세 방법과 세율이 천차만별이다. 미국의 조세 전문 싱크탱크인 ‘텍스파운데이션’에 따르면 미국 50개 주 중 재산세 실효세율이 가장 높은 곳은 일리노이주로 1.83%였다. 하지만 가장 낮은 하와이는 0.32%에 불과해 격차가 컸다.
예컨대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의 실효세율은 각각 1.26%와 0.7% 수준이다. 캘리포이나주는 취득가액으로 기준으로 자산가격을 평가해 과세하는 반면, 뉴욕주는 임대수익 등을 토대로 가치를 평가해 세금을 부과해 차이가 난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보다 낮은 세율로 매도자가 내도록 하고 있어 단순 비교가 쉽지 않다.
세종=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