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수요 억제책으로 변질한 '토허제'…-“집값 안정 대신 풍선효과만"[집슐랭]

2025-10-21

서울 전역과 경기 지역 12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가 전격 시행되면서 제도의 합당성과 효용성 등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당초 취지인 투기적 개발 이익 방지가 아닌 주택가격 안정 수단으로 변질했기 때문이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으로 시행한 주택에 대한 토허구역 지정이 집값 안정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매물 잠김과 풍선효과 등 부정적 영향만 확산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21일 학계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제는 1978년 최초 도입 이후 여러 정부에서 투기 억제수단으로 활용했는데 주택시장 안정과 관련해선 유의미한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토허구역은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 개통 등 각종 개발이 성행하면서 땅 투기를 막기 위한 목적에서 최초로 제도화됐다. 이후 1985년 대전 대덕연구단지 개발과 관련 투기 조짐이 발생하자 29㎢의 토지를 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며 처음 시행됐다. 김영삼 정부 당시인 1993년에는 금융실명제 부작용을 우려해 전 국토의 93.8%를 토허구역으로 지정하며 강력한 규제로 작동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발생으로 건설경기 등이 심각하게 침체하자 이듬해 4월 전국의 토허구역을 모두 해제했다.

이후 진보와 보수 정부로 바뀔 때마다 토허구역을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등 정반대의 정책적 변화가 잇따랐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5·4 부동산대책’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등을 토허구역으로 정해 전면 규제에 나섰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건설규제 완화 정책에 따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와 함께 토허구역을 대거 해제했다. 이에 당시 국토면적 대비 19.1%에 달했던 토허구역이 8.9%로 절반 이상 축소됐다. 박근혜 정부는 토지거래허가제를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핵심 규제방안으로 활용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5월 서울 용산정비창 일대를 토허구역으로 지정했고 한 달 뒤 ‘6·17 부동산대책’에서 주요개발 호재 지역을 토허구역으로 묶었다. 이후 윤석열 정부 들어 서울 집값 오름세가 주춤해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올해 2월 서울 잠실·삼성·대치·청담(잠·삼·대·청) 일대 아파트 등 291곳을 토허구역에서 해제했다. 하지만 해제 직후 집값 불안 양상이 뚜렷해지자 한 달 만에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4개 지역의 아파트를 통째로 묶으며 토허구역을 확대 재지정했다. 이재명 정부는 ‘10·15 부동산대책’에서 서울 등 37개 지역의 모든 아파트를 토허구역에 지정하는 등 부동산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가 불분명한 반면 매물 잠김 등 시장 왜곡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서울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 14.4㎢ 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후의 시장 변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격 안정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2020년 첫 구역 지정 직후에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지만, 갈수록 가격안정 효과가 희석돼 효용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매물 잠김과 인근 지역으로의 풍선효과 등 부정적 여파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여의도연구소에 따르면 잠·삼·대·청에 대한 토허구역 규제가 시행되기 직전 2년간 잠실 아파트 거래량은 4456건에 달했는데 규제 이후에는 814건으로 82%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거래 위축은 ‘풍선효과’로 이어져 인근 지역의 주택 가격이 불안해지는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주택가격 안정화의 수단으로 변질했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아파트 등 주택을 토허구역 대상으로 처음 지정했다. 박기주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은 “토허구역이 논란이 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처음으로 토허구역을 활용한 것”이라며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토허구역을 지정한다면 주택법 등에 근거해 지정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과 달리 토허구역에 대한 주택 지정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토허구역이 주택시장의 ‘낙인효과’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허구역에 지정되면 이른바 ‘상급지’라는 평판을 얻게 된다”며 “이 같은 낙인효과가 해당 지역에 대한 투자 수요를 확대해 오히려 가격이 더 오르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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