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부동산 대책서 기재부 존재감 없어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도 흔적 없이 사라져
기재부 공백 현장서 여실…구조적 문제 발생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잇따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을 보면 기획재정부의 존재감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경제정책의 큰 틀을 설계하고 부처 간 조율을 맡던 '경제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할수록 재정·세제·금융을 아우르는 조정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각 부처가 따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과거 정부에서 기재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을 통해 주요 부처의 정책을 조율했다. 금리·세제·공급이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조정하는 일종의 '허브'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들어 기재부는 이 역할에서 멀리 떨어졌다.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을 주도했던 '기재부'가 내란 정권의 그림자라는 판단 아래 부처 전체가 낙인찍혔다.

문제는 기재부의 공백이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제3차 부동산 대책에서 국토부와 금융위 간 불협화음이 바로 그것이다. 각 부처가 부동산 대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보니 정책의 속도와 방향이 엇갈렸고, 결국 작은 실수 하나가 시장에 혼선을 주게 됐다. 이전이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과거와 크게 대비된다. 박근혜 정부 때는 기재부가 공급·금융·세제를 묶어 '주택시장 정상화 패키지'를 내놨고, 문재인 정부 때도 보유세 개편과 임대차 대책이 담긴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각 부처의 이해가 충돌할 때마다 기재부가 중심에서 정리하며 시장에 단일한 시그널을 보냈다. 지금은 이 중심이 무너진 것이다.
최근 국토부 차관의 '보유세 개편 등 부동산 세제 대책이 필요하다'는 발언은 역효과를 불러왔다. 이상경 국토차관은 지난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보유세를 포함한 세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세제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초기 이재명 정부의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세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로서는 황당한 발언인 셈이다.
부동산 정책의 혼선은 곧 시장의 불안을 야기한다. 시장은 일관된 메시지를 기대한다. 지금처럼 부처 간 엇박자가 지속되면 정책의 신뢰도는 급격히 추락할 수밖에 없다. 기재부의 조정 기능을 복원하지 않는 한 앞으로 제2의 부동산 대책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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