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읽는 공보물, 힘든 투표…여전히 제한되는 장애인 참정권

2025-05-27

29일 시작되는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앞두고, 대선 후보 공보물부터 투표까지 장애인은 접근이 제약돼 참정권이 제한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각장애인들은 공약 및 후보 정보에 대한 접근에 여전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자음성변환 시스템 ‘보이스아이(VOICEEYE)’ 코드를 공보물에 넣을 수 있지만, 이를 넣은 후보는 8명 중 2명뿐이다. 보이스아이가 있어도 공보물에 점자 안내 등이 없어 정작 시각 장애인은 보이스아이가 표시된 위치를 찾기 어렵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점자 공보물과 USB가 제공되지만, 점자 책자의 공간이 부족해 공약 내용을 100% 담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발달장애인도 대선 후보 공약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발달장애인 김기백(29)씨는 “공보물이 모두 단어로 되어있고, 글씨만 많아서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 단체는 국회 앞에서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이해하기 쉬운 선거자료 정당별 제작요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박경인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활동가는 “투표하려면 어떤 사람을 뽑는 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투표용지만큼 공보물이 중요한데, 발달장애인들은 공보물이 너무 어려워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진, 그림, 설명 등을 통해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약을 숙지하고 투표소에 가도 원하는 후보에 표를 행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보조 용구가 있지만, 종이 소재로 되어 있어 조준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문씨는 “투표 보조 용구에 표시된 점자도 흐릿해 구분하기 어려웠다”며 “투표 보조인에게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을 때는 당황스러워서 대충 찍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투표용지가 어려운 것은 발달장애인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투표용지를 받으면 기호와 정당, 이름만 적혀있다 보니 이 사람이 내가 찍고 싶은 후보인지 몰라서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발달장애인들은 투표 과정에서의 문제를 두고 2022년 1월 차별 구제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이 “정당 로고와 후보 사진 등이 포함된 투표 보조 용구를 제공하라”고 판결을 했으나, 선거관리위원회가 상고하면서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전체 장애인 투표율이 82.1%인 것에 비해 발달 장애인의 투표율은 50%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에게도 평등하게 참정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진과 그림 설명 등이 포함된 공보물을 만들어 시각장애인과 발달장애인도 정보에 충분히 접근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이어서 “공약과 투표 과정에 있어서 장애인도 접근이 가능하도록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송효정 사무국장은 “이미지나 기호, 상징물 등을 이용해 문자에서보다 확장된 정보가 담긴 투표용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투표 참여 형식은 발달장애인들에게 어려울 수 있다”며 “투표 보조인 등 투표 과정에 들어가는 공적인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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