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두 개’의 저주에 직면한 트럼프의 브로맨스

2025-11-24

“크리스마스 때 아이들은 인형 30개 대신 두 개만 받을 수도 있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해 했던 말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수롭지 않을 거라던 ‘인형 두 개’의 저주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그가 마주한 현실은 스스로 ‘최악의 정부’라고 했던 바이든 정부보다 더 나쁜 경제 성적표다.

폭스뉴스의 조사에서 유권자의 76%가 경제를 부정적으로 봤다. 바이든 정부 말기 70%보다 더 심각하다. 지지율 이탈은 남성, 백인, 대학 학위가 없는 유권자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이들은 트럼프의 ‘마가’를 확고히 지지했던 계층이다. 폭스는 “여론을 주도하는 것은 이민이나 문화가 아닌 경제”라고 했다. 먹고 사는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인사는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미니 지선’ 이후 미국의 선거 전략이 급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중간선거에서 양당이 내세울 슬로건은 기존의 이념에서 ‘감당할 수 있는(affordable)’이란 말로 옮겨갔다”고 전했다.

엡스타인 문건 공개 과정에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트럼프도 이를 알고 있는 듯하다. 당장 커피·바나나 등 브라질에 부과했던 40%의 추가관세를 없애버렸다. 또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를 “바보 같은 짓”이라며 “이것(전문 근로자 수용)이 (진짜) 마가”라고 했다.

관세와 이민정책을 뒤집어버린 말에 강성 마가 진영은 반발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더 나아갔다. 그는 ‘공산주의자’라고 비판해 온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 당선인을 만나 예상치 못했던 ‘브로맨스’를 연출했다. 두 사람은 “고물가에 시달리는 뉴욕 시민을 돕는다는 공통된 목표에 집중했다”고 했다.

마가 진영은 또 반발했다. 극우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즉각 “민주당의 정책이 합리적이라면 내년 중간선거에 왜 공화당에 투표해야 하느냐”고 했고, 시드 로젠버그는 “둘이 악수하는 장면을 보니 토할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말을 들은 트럼프의 변화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극단적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정치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 정치도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부담스러워할 유권자들을 마주해야 한다. 지난달 원화의 실질 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6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정치권은 아직 ‘계엄의 늪’에 빠져있다. 유권자의 표심은 냉혹하다. 여야 모두 내년 지방선거 이후 후회해봐야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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