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 지방에는 예년보다 일찍 벚꽃이 만개했지만, 서울은 아직 벚꽃 개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31일 기상청의 계절관측에 따르면, 대구광역시와 경북 포항에는 지난 27일에 벚꽃이 만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년보다 각각 6일과 8일 이른 기록이다. 울산광역시도 29일 벚나무 만발이 관측됐다. 기상청은 관측목을 기준으로 한 나무에서 80% 이상 꽃이 활짝 피었을 때를 만발로 본다.
광주광역시와 전북 전주는 평년보다 각각 4일과 7일 이른 27일에 벚꽃이 개화한 상태다. 벚나무 한 가지에 세 송이 이상 꽃이 활짝 피면 개화로 기록된다.

이렇게 남부지방에서는 벚꽃이 빠르게 만발하고 있는 반면, 서울 등 중부지방은 벚꽃 피는 속도가 더디다. 서울의 경우 평년보다 3일 늦은 27일에 벚꽃 발아가 확인된 이후 아직 개화는 관측되지 않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여의도 윤중로도 아직 벚꽃이 피지 않은 상태다.
지역별로 벚꽃 속도가 큰 차이를 보이는 건 3월 기온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급변한 영향이 크다. 당초 산림청은 올해 벚나무 개화 시기를 4월 6일로 예측하면서 지난해보다 다소 늦어질 것으로 봤다.
실제로 벚나무의 발아 시기 역시 전국 대부분이 평년보다 늦었다. 하지만, 3월 중순 이후에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르는 등 기록적인 고온 현상을 겪으면서 남부 지방의 벚꽃 개화 시기를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후 기온이 급강하하고 30일 서울에 눈이 내리는 등 꽃샘추위가 다시 나타나면서 벚꽃의 북상을 늦추고 있다. 서울은 다음 달 1일에 벚꽃이 개화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기온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반기성 케이클라이밋 대표는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며칠 동안 이어지면서 남부 지방의 벚꽃 개화가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후 3월 말인데도 기온이 영하권까지 떨어지면서 서울 등에는 벚꽃이 안 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600도 법칙도 깨져 “벚꽃 예측 어려워질 것”

기후변화 영향으로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벚꽃 개화 시기를 예상하는 건 더 어려운 과제가 됐다. 일본에서는 2월 1일부터 최고기온 합이 600도를 넘으면 벚꽃이 핀다는 ‘600도의 법칙’에 따라 개화 시기를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700도가 넘었는데도 벚꽃이 피지 않으면서 예측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벚꽃 축제를 개최하는 지역과 관광객들도 혼란을 겪었다. 한국 기상청 역시 2016년부터 벚꽃 개화 시기를 예측하지 않고 있다.
반 대표는 “보통 봄철 예상 기온을 평년과 비교해 벚꽃 개화 시기를 예측하지만, 한 달 사이에서도 기상 변동폭이 워낙 크다 보니 틀리는 경우가 많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날씨의 변동성이 심해진다면 벚꽃 개화 예측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