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04.08 15:41 수정 2025.04.08 15:42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대권 도전을 위해 시장직 사퇴를 공식 발표한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의 마지막 선물은 ‘FC바르셀로나’다.
홍 시장은 7일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가진 간부회의에서 "민선 8기 출범 후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대구미래 100년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달려왔고, 이제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위해 금요일(11일) 사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퇴 전 시장으로서 마지막 결정으로 8월 3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대구FC와 세계적 명문 축구클럽 FC바르셀로나의 친선경기 개최를 확정했다. 협약 체결, 그라운드 상태 유지 등 철저히 준비해 대구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도시브랜드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창단 이래 최다인 ‘12회 매진’을 찍은 대구FC는 '하나은행 K리그1 2025' 개막 뒤 홈 4경기 중 무려 3경기에서 매진을 달성할 만큼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리오넬 메시(현 인터 마이애미)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FC바르셀로나는 설명이 필요 없는 명문 시민구단이다. 올 시즌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0라운드까지 치른 시점에 레알 마드리드 등을 제치고 1위(승점67)를 달리고 있다. 한지 플리크(독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FC바르셀로나에는 ‘특급 신성’ 라민 야말(18·스페인)를 비롯해 하피냐(브라질),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폴란드) 등 특급 스타들이 즐비하다.
대구시도 이날 “8월 3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대구FC와 바르셀로나의 친선 경기 개최를 확정했다”며 “이달 말 바르셀로나 아시아 투어 프로모터사와 이달 말 협약식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FC바르셀로나는 올여름 아시아 투어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대구 FC 등 K리그 2개 구단과 친선 경기를 치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경기 유치를 위해 홍준표 시장 명의 친서를 FC바르셀로나 측에 전달했다. FC바르셀로나 구단 관계자가 지난달 19일 대구스타디움 주경기장을 방문해 잔디 상태, 라커룸 등 부대시설과 선수 이동 동선을 점검하기도 했다.
바르셀로나의 방한은 통산 세 번째이자 2010년 이후 15년 만이다. 2010년에는 K리그 올스타 팀과 맞붙어 2골을 넣은 메시의 활약으로 5-2로 이겼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 개최하는 명문클럽과의 친선경기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손흥민이 이끄는 토트넘(잉글랜드)을 비롯해 김민재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시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은 수도권에서 경기를 소화했다.
대구FC의 당연직 구단주인 홍 시장은 지난해 12월 프로축구 대구FC가 극적으로 K리그1 잔류에 성공하자 “새해부터는 FC바르셀로나처럼 구단 운영을 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당시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FC는 시민구단이라서 재정이 넉넉지 못해 늘 리그 중위권을 달리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스페인 라리가에는 시민구단으로 FC바르셀로나가 있다”며 “시민구단임에도 재정이 풍부해 세계적인 프로축구 구단으로 성장했다”고 적었다.

홍 시장 지시에 따라 대구시는 지난 13일 대구FC의 경기력 향상 및 안정적 구단 운영을 위한 ‘대구FC 구단 운영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FC바르셀로나 구단 운영 시스템을 벤치마킹, 대구FC 구단 운영에 접목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도출했다.
이번 개선안은 대구FC가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극적인 상황에서 K리그1 잔류가 결정된 뒤 시민구단이자 세계적인 명문 구단인 FC바르셀로나처럼 구단을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는 공감대 속에서 마련했다.
선진 유스(유소년) 시스템을 도입, 전력 강화 및 비용 절감을 이룰 방침이다. 또 FC바르셀로나의 소시오(조합원)를 모델로 해 대구시민 250만 명의 1%인 2만5000명을 ‘엔시오’(엔젤+소시오) 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대구FC 엔젤클럽은 지난 2016년 창단해 올해 10주년을 맞는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 단체다.
다른 시민구단에 비해 대구FC는 재정구조가 건전한 편이지만, 기업구단과 비교하면 재정구조가 열악하다. 이에 따라 △고향사랑지정기부제 도입(대구FC유스클럽 지원사업) △팀스토어 확장 및 굿즈 상품 개발 판매 등으로 다양한 수익모델을 내놓았다.
A 시민구단 관계자는 “FC바르셀로나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의지 등 단체장이 열의를 보여줄 때, 구단도 함께 뜨거워진다. 그런 면에서는 대구FC가 부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명문 시민구단’ FC바르셀로나를 벤치마킹하려는 대구FC는 올 시즌 7경기에서 2승1무4패(승점7)로 9위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