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고온질환 넘어 재난 지역 간 격차 키울 것··· 청년세대 ‘기후 불안’도 사회문제로

2025-07-08

정부가 5년에 한 번씩 내놓는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에서 앞으로 홍수, 가뭄 등 지역 간 재난 격차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후변화로 인해 청년세대가 무기력이나 상실감, 분노를 경험하는 ‘기후 불안’도 주목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지목됐다.

8일 질병관리청과 대한예방의학회가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연 ‘기후보건포럼’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됐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올해 발간 예정인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5’를 토대로 기후변화가 생태와 보건 전반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정부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반도 기후변화 현황을 분석해 미래 기후변화를 전망하는 평가보고서를 2010년부터 5년 단위로 발간해오고 있다. ‘한국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2025’는 올해 발간 예정이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에서 재난의 지역 간 격차가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강수량의 지역 간 격차가 증가하면서, 위도·경도와 같은 지형적 요인이 지역별 강수 특성을 크게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홍수 및 가뭄의 빈도·피해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피해의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변화는 산림업·농업 자원의 대대적 변화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침엽수림과 혼효림 면적이 감소하고, 활엽수림의 면적이 증가하고 있다. 산림탄소모형(KO-G-Dynamics)을 통해 한국의 미래 산림탄소 흡수량 변화를 예측한 결과, 연간 산림의 탄소 흡수량이 감소하고 산림재해 강도와 빈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작물의 재배면적과 병해충 발생 위험도 달라지고 있다. 미래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종 분포가 변화하면서, 재배면적이 광범위한 작물에 부정적 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새로운 병해충 및 잡초 발생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어업의 경우 주요 상업성 어종 서식지와 어종의 출현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특히 해조류 양식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변화는 한국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점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큰 기온변동, 열대야 등 기온 관련 현상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이에 더해 기상재해, 대기오염, 매개 감염병, 정신건강 위기 등 다양한 건강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호 교수는 “이로 인한 건강 피해는 지역적·사회적 취약성에 따라 불균등하게 나타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상재해, 매개 감염병 등 다양한 기후변화 요인을 고려해 미래의 건강 영향을 정량적으로 예측하는 연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 관련 보건 부문 정책 대응에 대한 정책 평가를 통해 정책 과정과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기후변화와 정신건강’을 주제로 발표했다. 심 센터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산불 등은 트라우마성 사건이 돼 우울, 불안, 수면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의 발생률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가 2019년 강원 산불 당시 정신 건강 상태를 분석한 결과, 산불 경험자의 65%가 불면을, 58%가 불안 증상을 겪었다. 산불 경험자의 4분의 1가량은 정신적 고통이 중등도 이상이었으며, 13%는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심 센터장은 “최근 들어 주목해야 할 문제는 기후 불안(climate anxiety)”이라며 “기후 불안은 주로 청소년, 청년세대에서 나타나고, 무기력감이나 상실감 분노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기후보건영향평가에 정신건강 지표와 미래 예측 분석이 명시적으로 포함돼야 한다”며 “기후재난 심리지원 체계 정립과 지역 기반 정신건강 서비스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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