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 미국인 A 씨는 지난해 4월 전용면적 240㎡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아파트를 120억 원에 매수했다. 같은 면적 직전 매매가인 2023년 8월 거래가격(103억 원)보다 16%가량 오른 금액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2 중국인 A 씨와 B 씨는 지난해 10월 제주 조천읍 신흥리 해변에 있는 지상 2층(연면적 916㎡) 규모 펜션(단독주택)을 24억 5000만 원에 매입했다. 직전 매매가격인 2008년 실거래가 13억 원보다 88%가량 오른 금액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 부동산을 사들인 매수자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0.2%에 불과했던 외국인 부동산 매수자는 14년 만에 5배인 1% 수준에 육박했다. 내국인보다 대출 규제에서 자유로운 외국인의 매수세가 부동산 침체기 매매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비즈한국이 22일 법원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수인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부동산(집합건물·토지·건물 포함)을 매수해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외국인은 총 1만 7488명으로 전체 매수인 0.98%를 차지했다. 외국인 매수자 비중으로 따지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0.2%) 이후 최고치다. 2021년 0.62%로 주춤했던 외국인 부동산 매수 비중은 부동산 침체 국면이 가시화된 2022년 0.75%로 반등해 2023년 0.91%까지 올랐다.
우리나라 부동산을 매수한 외국인 중 절반 이상은 중국인이다. 지난해 중국인 1만 1351명(0.64%)이 우리나라 부동산을 매수해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했다. 2024년 중국인 매수 비중은 외국인 매수 비중과 마찬가지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0.0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밖에 지난해 국적별 외국인 매수 비중은 미국인 2531명(0.14%), 캐나다인 671명(0.04%), 베트남인 576명(0.03%), 러시아인 298명(0.02%) 순으로 뒤를 이었다.
외국인 부동산 매수 비중이 높은 지역은 인천이다. 지난해 인천 소재 부동산 매수자 10만 3761명 중 1681명(2.19%) 외국인이었다. 지역별 외국인 매수 비중은 경기 1.60%, 제주 1.44%, 충남 1.14%, 서울 1.07%, 울산 0.80%, 충북 0.73% 부산 0.49%, 경남 0.48%, 강원 0.42%, 세종 0.38%, 대구 0.33%, 경북 0.32%, 전북 0.31%, 전남 0.29%, 광주 0.29%, 대전 0.28% 순으로 뒤를 잇는다.
외국인 부동산 매수세가 커지면서 국내 부동산으로 임대 수익을 내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지난해 확정일자가 부여된 부동산의 임대인 현황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 임대인은 1만 7679명으로 전체 임대인 0.62%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외국인 임대인 숫자는 조금(-125명) 줄었지만 전체 임대인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소폭(0.006% ) 증가했다. 외국인 부동산 임대인은 2014년 8532명(0.45%) 수준에서 8년 만인 2022년 1만 7494명(0.57%)으로 늘어났다.
물론 외국인 주택 소유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외국인이 국내에 보유한 주택 수는 9만 5058호로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22년 하반기 대비 1만 1546호(13.83%) 증가했다. 국내 주택을 보유한 외국인은 총 9만 3414명으로 1인당 평균 주택 1.02호를 소유했다. 외국인 보유 주택은 공동주택 8만 6695호, 단독주택 8363호로 공동주택 비중이 높았다.
이처럼 외국인 부동산 매수세가 커진 것은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대출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국내 대출 규제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본국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는 해당 국가 은행 재량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보다 적은 규제를 적용받으며 훨씬 수월하게 대출을 실행할 수 있다. 더욱이 주택의 경우 정부가 외국인 개별 세대원의 주택 보유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주택 규제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차형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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