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대치 등 지정 후 상승률 더 커
인근 압구정·개포·반포 상승폭도 확대
“간헐적 거래에 신고가 경신, 가격 안정 효과 제한적”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지정이 오히려 풍선 효과를 불러와 인근지역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 거래량은 줄었지만 일정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다시 반등했고, 전세가격도 폭등했다.
2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의 경우 토허제 지정 전 1년(2019년 6월~2020년 5월) 상승률(8.34%)보다 지정 후 1년(2020년 6월~2021년 5월) 동안 상승률(8.81%)이 더 컸다.
대치동도 지정 전 1.14%였지만, 지정 이후 무려 7.11%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동은 지정 전 1년 6.98%, 지정 후 6.64%로 크게 차이가 없었다.
월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살펴보면 청담동은 2020년 6월 0.98%에서 지정 후 7월에 1.26%로 상승폭을 키웠지만, ▲8월 0.73% ▲9월 0.87% ▲10월 0.63% ▲11월 0.62% ▲12월 0.33%로 둔화됐다가 다시 2021년 1월에는 1.64%로 상승폭이 커졌다.
대치동 역시 ▲2020년 6월 2.04% ▲7월 1.58% ▲8월 1.81% ▲9월 0.92% ▲10월 0.53% ▲11월 0.86% ▲12월 0.9% ▲2021년 1월 1.14% 등의 변동률을 기록하는 등 지정 직후에 잠시 가격 상승폭이 둔화됐다가 일정 기간 후에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아파트 전세가격은 급격히 상승했다. 청담동 아파트 전세가격은 2019년 1.46%에서 2020년 18.08%, 대치동은 7.17%에서 27.21%, 삼성동은 2.39%에서 15.66%, 잠실동은 8.42%에서 30.97%로 올랐다.
토허제의 주요 목적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실거주 중심의 시장 구조를 강화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허가구역 내에서는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실거주 의무와 기존 주택 처분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토허제 지정이 초기에는 해당 지역의 거래를 위축시키면서 단기적으로 가격 하락 효과를 가져왔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반등했다는 분석이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주거용부동산팀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매물이 줄어드는 ‘잠김 효과’로 인해, 간헐적인 거래에서 신고가가 경신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이에 청담동과 대치동은 오히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가 이전보다 더 많이 오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규제지역에서의 거래가 어려워짐에 따라, 투자 수요가 인접한 비규제 지역으로 이동하는 규제지역에서의 거래가 어려워지면서 투자 수요가 인접한 비규제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면서 “이는 규제지역 내 투자 제한이 인근 지역의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을 유발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은 2020년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직후, 7월 들어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6월 대비 둔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인근 비규제 지역인 강남구 압구정동은 6월 1.14%에서 7월 1.78%로, 개포동은 6월 1.06%에서 7월 2.14%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초구 반포동도 6월 0.96%에서 7월 2.21%로, 잠원동은 6월 0.74%에서 7월 1.87%로 상승폭이 크게 증가했다.
다만 매매 거래량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살펴보면, 청담동은 지정 전 월평균 거래량 26.25건에서 지정 후 월평균 8.33건으로 약 68%가 감소했다.
대치동은 지정 전 월평균 거래량 76.67건에서 지정 후 월평균 28.33건으로, 삼성동은 지정 전 월평균 거래량 40.25건에서 지정 후 월평균 17.25건으로 각각 63%, 57% 줄었다.
잠실동도 지정 전 월평균 거래량 277.83건에서 지정 후 월평균 44.92건으로 무려 84%가 감소했다.
양 팀장은 “토허제가 매수세를 크게 위축시키고 거래량을 제한했으나,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지정 이후 거래량이 꾸준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은 시장 유동성 감소와 투자 수요 위축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거래량 회복 없이는 해당 지역의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