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수원, 아내는 이천 갔다…부부 갈라서게 한 ‘잔혹 성과급’

2025-07-31

K반도체 연구

〈목차〉

1. 지옥의 워라밸, 이직률 0% ‘마법’

2. 반도체 커플 앞길 나눈 ‘성과급 잔혹사’

3. ‘주 52시간’ SK하닉 필요 없고 삼성만? 속사정은

4. K반도체 ‘피 땀 눈물’ 워라밸 해법은

1. 지옥의 워라밸, 이직률 0% ‘마법’

지난달 16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연봉 1억 달러(약 1380억원)를 내걸고 인공지능(AI) 인재를 끌어모으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메타가 불을 지핀 AI 인재 쟁탈전에서 엔비디아 직원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에, 자신 있게 맞받아친 것이다.

“우리 직원들은 저와 아주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있다”고 황 CEO는 재차 강조했다. 사실이다. 엔비디아의 이직률은 2.5%로(2025년 지속가능성 보고서), 반도체 업계 평균(16.4%)을 한참 밑돈다.

여기엔 한 가지 역설이 있다. 엔비디아의 근무 환경은 실리콘밸리에서 악명 높은 ‘고강도’다. 지난해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 직원들이 주 7일 근무와 새벽 1~2시까지 야근에 시달린다고 보도했다. 황 CEO는 ‘함께 일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완벽주의자’라는 내부의 평에 “다 인정한다”면서도 “특별한 일을 하고 싶다면 결코 쉬워서는 안 된다”고 응수했다.

‘워라밸 0’과 ‘이직률 0’. 양립하기 어려운 둘을 동시에 실현한 엔비디아의 ‘마법’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고용 안정성과 높은 보상’이 결합한 엔비디아의 기업문화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독특하다는 평을 받는다. 세계 최대 직장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에서 엔비디아 직원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5점으로, 구글(4.3점), 마이크로소프트(4.1점), 메타(3.8점)를 웃돈다. 장점으로는 “더 나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주식 옵션” “해고 없음” “강력한 재무 인센티브” “훌륭한 보상 패키지” 등이 꼽혔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적이 없다. 해고가 일상화된 실리콘밸리 빅테크와는 대조적이다. 지난해에만 549개 테크기업에서 15만 명 이상이 ‘AI 효율화’ 등으로 일자리를 잃었지만, AI 최대 수혜자인 엔비디아의 이직률은 도리어 더 낮아졌다.

이러한 고용 안정성은 주식 연계 보상 체계와 맞물려 시너지를 냈다. 특정 성과 달성이나 재직 기간 등의 조건을 걸고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 청구권’(RSU)이 대표적이다. 엔비디아는 “직원들에게 현금 보상과 주식 보상을 모두 제공하고 있다”면서 “RSU가 직원 유지에 기여하고 주주의 이익과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회계연도 기준 2023년 5.3%였던 엔비디아의 이직률은 이듬해 회사 가치가 1조 달러를 돌파하면서 2.7%로 내려갔다. 블룸버그와 인터뷰한 전직 엔지니어는 “10년 이상 근속해 이미 은퇴할 만큼 돈을 번 직원들도 다음 주식 부여를 기다리며 회사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운명 공동체’형 보상 체계는 파운드리 1위 TSMC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TSMC는 성과급과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보상’(RSA) 제도를 병행한다. ‘무노조 경영’ 원칙에 따라 노조가 없는 TSMC는 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 및 인재 개발 위원회’에서 직원 보너스 규모를 검토한다. 올해 이사회가 승인한 직원 보상금은 총 1405억9000만 대만달러(약 6조6200억원). 직원 1인당 평균 8600만원에 해당한다.

일반 직원도 RSA를 받는다. 단, ‘미래 핵심 기술 및 전략 개발을 위해 선정한 핵심 인재’여야 한다(TSMC 내규). 엔비디아 RSU는 성과를 달성한 후 주식을 주는 방식이라면, TSMC의 RSA는 주식을 먼저 주고 성과를 내면 양도를 허용하는 식이다. 핵심 인재가 회사에 남아 장기 성과를 내도록 유도한다는 점은 같다.

지난해 출간된 『TSMC, 세계 1위의 비밀』은 ‘종업원주식배당제도’를 “대만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이끈 초강력 비밀 병기”로 설명했다. 대만의 낮은 임금을 주식 보상으로 보완해 수많은 ‘반도체 벼락부자’를 낳았고, 이게 강력한 인재 유치 수단이 됐다는 거다. 이 제도는 과세 방식이 글로벌 회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 2008년 폐지됐고, 이후 현재의 RSA로 대체됐다.

2. 반도체 커플 취업 전략 좌우한 ‘성과급 잔혹사’

한국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매년 화제다. ‘분산 취업’ 전략까지 등장했다. 최근 국내 유명 대학 공과대학을 졸업한 한 신혼부부는 “남편은 삼성전자로, 아내는 SK하이닉스로 취업했다”며 “최근 몇 년간 두 회사의 성과급이 엇갈리고 있어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담지 않는 투자 원칙을 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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